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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어스] Handal.us/[한달독서] 21기

[Day 11] 오은영의 화해 - 04

by Aterilio (Jeongmee) 2022. 6. 16.

 

 아직 결혼은 커녕 연애할 상대도 없지만, 내가 육아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바로 '나'였다.

 

 나는 나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가정을 빨리 가지고 싶었고, 나중에 태어날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앞서 언급했던 바 있듯이 나는 부모로써 해야할 것은 잘 모르더라도 하지 않아야 할 것들은 잘 알고 있어서, "해야할 것들"에 대해 더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아니다. 생각해보면 나는 좋은 엄마가 됨으로써 나의 과거를 치유하고 싶었던 것 같다.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면 과거의 나도 치유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받지 못 했던 것들을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다면, 내 아이와 정서적인 교감을 하고 아이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다면, 적어도 나만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증거가 될 것 같았다. 내가 틀렸던 것이 아니라고.

 

 나는 지금도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을 잘 하지 못 한다. 과정에서 칭찬받은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 중 하나는, 중, 고등학교 때 꽤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는데도 성적에 관해 칭찬을 별로 들어본 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더 억울했던 건 칭찬을 듣지 못 했다는 것이 아니라, 성적이 떨어졌을 때 받았던 꾸중이었다.

 

"잘해도 칭찬 한 번 없었으면서, 왜 혼내는거지..?"

 

 물론 그 때 성적이 딱히 많이 떨어졌던 것도 아니었고, 특별한 일이 있던 것도 아니다. 그저 학원을 다닐 형편이 되지 않아서 선행 학습을 하지 못 했고,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영어 과목 난이도가 점프해서 성적이 좋지 않게 나왔을 뿐이었다.

 

 나는 대체로 학습 자체에 흥미를 느껴서 하는 타입은 아니었고, 그저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했던 것 뿐인데. 목표 의식도 없고 딱히 불 타오를 일도 없는 아이에게 성적이 떨어졌다고 굳이 혼낼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칭찬도 별로 하지 않았으면서.

 

 항상 오은영 박사님 말씀에는 나를 울컥하게 만드는 것들이 있지만, 특히 이번 파트가 유난했던 이유는 이런 저런 나의 생각과, 정확히는 나의 억울함 또는 슬픔과 연결되는 부분이 많아서일 것이다.

 

  • 내 엄마 같은 엄마는 되고 싶지 않다는 당신
  • 아이는 절대 당신처럼 크지 않을 거예요. 두려워 마세요
  • 왜 그렇게 미안해하나요? 죄책감은 모성애가 아닙니다
  • 훈육은 필요해요. 하지만 무서워지지 마세요
  • 아이가 참 내 마음대로 안 된다는 생각
  • 어린아이답지 않았던 아이는 사실 아팠던 거예요
  • 다시 손을 내밀어야 하는 건 언제나 부모
  • 육아 앞에서 너무 비장해지지 마세요, 괜찮아요
  • 아이의 감정을 생각으로 받지 마세요
  • 아이에게 자기 신뢰감을 키워 주려면
  • 결국 ‘부모와의 따듯한 추억’이 가장 중요합니다
  • 잘 키우고 싶은 생각이 너무 강해지면, 그 안에 ‘내 욕심’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 아이가 아이답지 못 하면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것이다. 나는 이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금쪽 같은 내새끼'에서 나왔던 한 아이의 이야기도 떠올랐다. 형제 여럿의 맏이라는 이유로 아이답게 행동하지 못 하고 내내 동생들을 챙겨야 했던 아이. 그리고 애어른으로 불렸던 나의 과거도 함께.

 

 내가 어렸을 때 왜 그렇게 의젓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뭔가 계기가 있었겠지만, 기억나는 것은 없다. 그런데 오은영 박사님의 말씀처럼 그게 건강한 상태일리는 없었을 것 같다. 어릴 때 겪어야 했던 많은 것들이 빠진 것 같으니까. 과정에의 성취, 자기 만족, 자기 신뢰, 부모로부터의 안정감, 올바른 의사소통, 내 감정을 제대로 알고 표현하는 것, 등등. 과거에 경험하지 못 하고 배우지 못 해서 지금 배워나가는 것들이.

 

 그럼에도 박사님은 말씀하셨다, 내 아이는 나와 같지 않다고. 부모도 사람이니까 잘 하려고 마음을 먹어도 단 번에 좋은 부모가 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그래도 아이와 소통하면서 꿋꿋이 노력해 나가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편으로는 내 마음가짐이 틀리지 않았던 것 같아서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중에 잘 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도 되지만.

 

 아마 어떻게든 잘 될 것이다. 박사님 말씀처럼 더 나아지기 위해 발버둥 치는 내가 있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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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부모, 그러나... 부모가 돼서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Part 2. 그래서, 나... 당신 탓이 아니에요 그때 당신은 어쩔 수 없었어요
Part 3. 그런데 다시, 부모... 두려워 마세요 당신 아이는 당신과는 달라요
Part 4. 그리고 또다시, 나... 고통이 시작되는 곳을 알았다면 행복이 오는 곳도 알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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