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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어스] Handal.us/[한달독서] 21기

[Day 16] 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 살에게 - 02

by Aterilio (Jeongmee) 2022. 6. 21.

 

 운다고 해도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눈에서 물이 떨어질 때가 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너무 예쁜 바다를 보거나 흙냄새를 맡다가, 전화선을 통화 들려오는 엄마 목소리를 듣다가, 술 한잔 걸치다가 나도 모르게 눈에서 물이 떨어진다. 그러면 크게 숨을 쉬고 내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둔다. 콧물이 나오고, 울음소리가 나고, 온 몸의 신경 세포가 제 멋대로 엉켜 버려도 그냥 내버려 둔다. 마음도 갈 곳이 필요하고, 소리 낼 곳이 필요하고, 그렇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마음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을 때 눈물이 되어 나온다. 그러니 마음을 가두지 말자. 마음을 속이지 말자. 마음을 그냥 두자. 마음이 있으니 인간이다.

 

 나는 사실, 요즘의 내 눈물에 대해서는 조금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남들도 평범하게 눈물 흘리는 지점 그 외에도 문득문득 울컥하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에 내 목은 메이고, 또 눈물은 흐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머릿 속에서 '왜 지금 내가 우는 거지?' 싶을 때가 있다.

 

 어쩌면 나를 알고 싶다고 생각한 가장 최초의 기억은 그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시도 때도 없이 울컥거리는 내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서.

 

 심지어, 최근에 본 영화 중 '카시오페아'를 볼 때는 눈물을 흘리다 못해 거의 오열을 했다. 너무 눈물이 많이 나오고 감정적으로 동요되는 바람에 그저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것만으로는 감정이 해소가 안 됐던 것이다.

 

 이렇게 울게 되는 이유는 대체 왜 일까. 운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텐데.

 

 한편으로는, 어릴 적 처음으로 오열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중학교 때 컴퓨터 학원에서 강사님과 다툼이 있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그 도중이었는지 이야기가 끝난 다음이었는지 갑자기 눈물이 울컥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그렇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만 그치려고 해도 그칠수가 없이, 점점 오열이 되어 갔다. 그 때 역시 한 편으로는 '이게 이럴만한 상황은 아닌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서럽게 울었더랬다. 처음은 이야기가 원인이었겠지만, 어느새 그것과 무관하게 계속되는 울컥하는 감정을 털어 내고 싶어 오열하는 느낌을 받았던 그 때.

 

 이제와서 생각해보건데, 아마 내 안에 어떤 상처가 있는 것 같다. 혹은 응어리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해결되지 않고, 도망치지도 못한, 어떤 흉터가 내 안에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 고장난 LP 판 처럼, 혹은 하드 디스크처럼, 불량이 된 부분을 스칠 때마다 잡음이 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책의 문구가 인상 깊었다. 마음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을 때 눈물이 되어 나온다는, 그 말이.

 

 나는 아직 내 안의 흉터가 어디에 있는지 찾고 있는 중이지만, 그것을 찾고 또 연고를 바를 수 있다면 나의 이 이상한 감정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기에. 내가 생각하는 관점과 비슷해서.

 

 머지 않은 시점에 나의 '눈물 버튼'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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