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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어스] Handal.us/[한달독서] 12기

[Day 10] 아침이 달라지는 저녁 루틴의 힘 - 03

by Aterilio (Jeongmee) 2021. 2. 10.

 

 글을 읽다보니 과거에 뭐가 되고 싶었었는지가 생각났다. 처음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은 게임 개발자였다. 중학교 2학년 때, 게임 판타지 장르의 소설을 읽다가 그 소설에서 나온 게임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꽤 이르게 결정한 장래희망이었지만,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다. 내가 하고 싶던 것은 큰 범주의 개발자였지, 구체적으로 프로그래밍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때는 '기획자' 라는 포지션 또한 이제 막 생겨나고 있었고, 그것도 기존에 어떤 방식으로든 개발자로 종사했던 사람이 직급이 올라가며 맡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만약 기획을 하고 싶다면 난 어떤 직무를 선택해야 하는가, 로 고민했던 때가 있다.

 하지만 내가 할 줄 아는 것은 별로 없었다. 그래픽 디자이너? 미술을 잘해야 할 것 같다. 미술도 좋아는 하지만 그저 취미 수준이었을 뿐이었으니까. 사운드 엔지니어? 음악을 심도 깊게 들었던 적은 있나? 애초에 나는 가창에서도 음을 잘 잡지 못했다. 듣는 것 조차 그때는 그렇게 많지 않았고.

 

 결국 선택지가 없었다. 그나마 프로그래밍 빼고는. 그건 적어도 노력하면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은 프로그래밍도 나름의 재능이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만.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 그래서 나는 실업계를 가길 원했다. 하고 싶은 것(프로그래밍)을 빨리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도 배우고 싶은게 없다면 굳이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던 사람이라, 더더욱 그렇게 생각했다. 중3 때 학년 주임 선생님의, '실업계를 간다면 고등학교 때 네 생각이 바뀌어도 돌이킬 수 없어. 그건 대학 가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잖아' 라는 말씀에 설득되지 않았더라면, 아마 진짜로 실업계를 갔을 것이다.

 

 그 꿈이 대학 졸업 때까지 한번도 바뀐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고등학교 때 잠깐은 현실과 타협하고 싶어했던 적이 있었다. 나는 글을 많이 좋아한다. 활자 중독이라고까지 생각될 정도로 끊임없이 글을 읽고, 읽던 것을 마무리하면 다음 책을 찾아 헤멘다. 물론 그 분야가 문학, 주로 장르 문학이라는 점은 조금 특별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글을 읽고 쓰는 것 모두 좋아한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처음, '도서관 사서'라는 직업을 가질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일을 하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았다. 학교 도서관에서 책과 자주 만나는 것도 충분히 행복했고, 도서관 사서라는 건 급여는 적겠지만 내 시간을 넉넉히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됐다. 그리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은 그 시간에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그런 생각을 했던 때가 있다. 고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께서 사실 도서관 사서가 공무원처럼 이미 인력이 넘쳐서 취직하기 어렵다고 하시지 않았더라면 아마 진짜로 그렇게 했을수도 있을 것이다.

 

 책을 읽다가 그 때 시절이 생각이 났다. 직장은 직장 나름대로, 그 외에 하고 싶던 것은 그 나름대로 둘 다 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던 그 때가.

 

 이전에 하고 싶던 목록 중 '게임 개발' 이 있었는데, 개발이라는게 하다보면 좀 몰입해서 하게 되다 보니, 그걸 사이드 프로젝트로 진행하면 오히려 회사 생활을 지치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똑같은 업무인데, 회사에서 하는 건 원하지 않는 일이고, 집에서 하는 일은 하고 싶던 일이면 어디에 더 마음이 갈까? 회사 업무를 하는 중에도 사이드 프로젝트 생각이 나지 않을까? 그건 그다지 좋은 생각 같지 않았다.

 

 글쓰기 말고 또 하고 싶은게 있다면 어떤게 있을까? 난 뭘 만드는 걸 좋아하니까, 수공예는 어떨까? 영어 공부는? 반면에, 직무 공부도 계속 해야 하는데 그에는 얼마만큼의 시간을 할당하면 좋을까?

 

 고민이 많아지는 밤이다.

 


 

들어가는 글 오후 6시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하루
PART 1. “월화수목금, 평일은 일만 하는 날?”
PART 2. “저녁이 달라지자 아침이 달라졌다”
PART 3. “알찬 저녁을 위한 목표 설정 로드맵”
PART 4. “하루를 두 배로 만드는 시간 관리법”
PART 5. “내 몸이 알아서 움직이게 만드는 루틴 공식”
PART 6.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땐 딱 하나만 해라”
나가는 글 나는 오늘도 즐겁게 ‘할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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