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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어스] Handal.us/[한달독서] 14기

[Day 18]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 02 - publy

by Aterilio (Jeongmee) 2021. 5. 28.

 

2편 :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적당히 두려워하고 약간 비겁해지세요

 

최재천은 그 모든 것이 군림(君臨)의 경영(經營)이 아니라 군림*(群臨)의 공영(共營)이 이룬 결과였다고 한다. 혼자 다스리지 않고 함께 일하면 망하기가 더 어려운 일이라고 여왕개미가, 침팬지가, 꽃과 곤충이 그에게 속삭이더라고.

* 앞의 군림(君臨)은 '왕으로서 다스림'을 뜻하고, 뒤의 군림(群臨)은 '여럿이 다스림'을 뜻한다.

 

서로 상대를 적당히 두려워하는 상태(일명 상호허겁)가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며 평화를 유지하게 만든다. 우리 인간은 무슨 까닭인지 자꾸만 이러한 힘의 균형을 깨고 홀로 거머쥐려는 속내를 내보인다. 그러나 내가 그동안 관찰해 온 자연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자연에서 제일 먼저 배울 게 있다면 이 약간의 비겁함이다.

- 최재천,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

 

하버드대학 강단에서 아이를 재워서 한쪽 어깨에 눕히고 가르쳤거든요. 그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문화였어요. 화학과 교수 한 분은 강의실 한쪽에 아예 아이 놀이 공간을 만들기도 했는데, 그분이 노벨상을 받을 때 더 큰 박수가 나왔어요.

 

 제가 하는 연구는 까치·긴팔원숭이 관찰이라 걔네가 뭘 안 보여 주면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논문을 많이 쓸 수가 없죠. 그래도 외국 학계에서는 인정을 하는데, 한국 교수들은 단순 비교로 논문 수가 적다고 저를 비판해요.

 

교수는 학생이 연구자로서 홀로 성숙해질 때까지 기다려 줘야 해요. 나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그런데 재미난 건 제 연구실 출신의 90%가 연구실 시절이 생애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해요. 근처만 오면 들러서 한참을 웃고 떠들다 가죠.

 

제 욕심만 차리지 않고 가능하면 남하고 같이 삶을 추구해도 뒤처지거나 굶어 죽지 않는다는 얘기예요.

 

그런데 자연이 비정한 적자생존으로만 유지되는 줄 알았더니, 아니에요. 공감과 이타성이라는 자연의 룰이 있어요.

 

공감은 호모사피엔스만의 특성이 아니에요. 진화를 위해 보존되어 온 동물의 본능이죠. 공감력을 새로 기를 게 아니라 원래 있던 공감력이 무뎌지지 않게 해야 해요. 아이들, 청년들의 공감력은 아직 무뎌지지 않았어요. 어른들이 "양보하지 마라, 쟤보다 1점 더 받아야 한다" 경쟁 앞세워 젊은이들 공감력을 무시하니 그 분노감에 '헬조선'이란 말이 터지는 거죠.

세계적인 시야에서 보면 한국은 지금 대단히 주목받는 '꿈의 나라'예요. 지금에라도 경쟁이 가져온 뒤틀린 마음, 그 불행감을 걷어 주려면 어른들이 과감하게 말해야 해요. "조직 위해 목숨 바치지 말아라. 개인의 행복이 우선이다. 집에 가라! 여행 다녀라!" 개인이 행복하면 조직이 잘 굴러갑니다.

 

자연은 남을 해치면 잘 사는 것이 아닌 상태가 되도록 진화했어요. 경쟁관계에 있는 동물은 기껏해야 제로섬게임을 하지만, 곤충과 식물처럼 많은 생물은 서로를 도와서 한계를 뛰어넘어요. 인간도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경협'의 지혜가 필요해요. 경쟁하면서 협동할 수 있어요. 손을 잡아야 살 수 있어요.

 

 


 

 

 박지윤의 '하늘색 꿈'이라는 노래를 아는가? 굉장히 어릴 적 접했던 노래인데, 그 때 당시 생각과 맞물려서 아주 인상 깊게 들었던 곡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쯤, 아마 동생의 유치원 장기자랑에서 사용됐던 배경 음악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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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에 놀란 아이 눈을 보아요
파란 가을 하늘의 내 눈 속에 있어요
애처로운 듯 노는 아이들의 눈에선 
거짓을 새긴 눈물은 아마 흐르지 않을 거야
​​세상사에 시달려가듯 자꾸 흐려지는 내 눈을 보면
이미 지나버린 나의 어린 시절 꿈이 생각나
(작고 깨끗하던 나의 꿈이 생각나 그때가 생각나) 

​난 어른이 되어도
(시간이 아무리 흘러간다 해도)
하늘빛 고운 눈망울 
(오-오 나의 가벼운 눈빛을)
​간작하리라던 나의 꿈
(잃고 싶지 않은 나의 어린 시절)
어린 꿈이 생각나네 

​Wa! A! A! A! 난 뭐든지 될 수 있었고
난 뭐든지 할 수 있었던
작은 마음의 순수함에 빠져 다해 A!
내 모든 게 다 해맑기만 했던 때가 있었어
아픔에 시달려도 이겨내고 싶었어
난 하늘까지 오르려고 매달리고만 싶었어
Singing onetime baby, A!

​세상사에 시달려가듯 자꾸 흐려지는 내 눈을 보면
이미 지나버린 나의 어린 시절 꿈이 생각나
(작고 깨끗하던 나의 꿈이 생각나 그때가 생각나) 
​​난 어른이 되어도
(시간이 아무리 흘러간다 해도)
하늘빛 고운 눈망울 
(오-오 나의 가벼운 눈빛을) 
​​간작하리라던 나의 꿈
(잃고 싶지 않은 나의 어린 시절)
어린 꿈이 생각나네

A! Yah!!! 아주 오래된 또 퇴색되어 있는
흑백 사진 속에 철모르게 뛰노는 내가 있어
너무 쉽게 낡아가는 세상에 또 시간 속에 A!
난 지금 어디에 서 있지 어디서 날 찾을 수 있을지
어린 나를 자라게 하던 꿈속으로
그 시간 속으로 가고 싶어 
A! Yah! A! hey yah!

 

 성숙한 어른이 고팠던 어린 시절, 나는 꼭 성숙한 어른이 되겠다고 생각했을 때 마치 나의 마음을 읽는 것 같던 가사들.

 

세상사에 시달려가듯 자꾸 흐려지는 내 눈을 보면 이미 지나버린 나의 어린 시절 꿈이 생각나. 난 어른이 되어도 하늘빛 고운 눈망울 간직하리라던 나의 꿈, 어린 꿈이 생각나네.

 

 동물행동학자 최재천님의 인터뷰를 읽고 있으니 그 생각의 파편들이 다시 떠올랐다. 성숙한 어른의 모습을 하고 계셨기 때문이다. '교수는 학생이 연구자로서 홀로 성숙해질 때까지 기다려 줘야 해요' 라고 말씀하셨지만, 사실 이건 어른과 아이 사이에서도 통용되는 말이 아닌가.

 

 그런데 지금 나를 보면 과연 성숙한 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릴 때는 나이만 먹으면 성숙해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 와서야 그것이 자연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식재료를 숙성할 때도 조건을 갖추고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식재료는 숙성되는 것이 아니라 부패할 뿐이다. 하물며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시간만 보내면 성숙해지지 않는다. 시간이 흐른다고 그 경력만큼의 전문가가 아닌 것처럼.

 

 '하늘색 꿈'처럼 세상 풍파에 맞서며 솔직하지 못하고 거짓된 내가 될 것을 두려워 했지만, 사실은 더 두려워 해야할 것은 시간이 흐르고 있음에도 성숙하지 않은 내가 아니었을까. 성숙된다고 해도 순수함을 간직하는 분들도 많은데, 그러지 못하는 나를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원문.

https://publy.co/content/3748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적당히 두려워하고 약간 비겁해지세요

경협의 지혜를 말하는 동물행동학자를 만나다 / 인터뷰: 최재천, 동물행동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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