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달어스] Handal.us/[한달독서] 22기

[Day 05] 30일 완주를 위해 회고하기

by Aterilio (Jeongmee) 2022. 7. 29.


 아쉬웠던 점을 생각하면 둘째 날이 바로 떠오른다.

 

 22기 카테고리를 미리 만들어두었다는 것을 깜빡하고 깃수를 착각해 23기 카테고리를 하나 더 만들었었는데, 어차피 23기도 진행할 것이라 생각하고 카테고리를 지우는 대신 비공개로 전환했더니 실수로 22기 카테고리도 비공개로 만들었나보다.

 

 바빠서 인증을 미루다 시간이 아슬아슬했기에 우선 인증을 하고 글을 보충하려고 했는데, 카테고리 비공개로 인해 인증 프로그램에서 미리보기가 안 떠서 당황한 나머지 뭐가 원인인지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해결을 하고 시계를 보니 어느새 자정이 넘어있었다...
(그리고 의욕을 잃어 그 날 인증 글은 결국 내용이 없다 ^^;;)

 

 그래도, 둘째날부터 상황판(?)에 빈칸을 만들어 당황했더라도, 그 다음 날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간 나에게는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

 

 나는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이자 개복치과여서 이런 상황에 종종 동력을 잃고는 했기 때문이다.


 하루가 바빠서 인증을 미루고 미루다보면, 인증을 포기하려는 순간들이 종종 생긴다.

 

 과거에는 그런 상황이 되면 진짜로 포기하기도 하고 결국 줄지어 결석한 상황들도 생겼지만, 그게 실제로 내가 원하는 모습은 아니기에 이를 벗어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해보고는 한다.

 

 첫째로, 초반부를 제외하고 미션인증은 꼭 챙긴다.

 초반부 미션은 주로 한달어스를 처음 접하는 분들을 위한 가이드인데, 매 깃수 반복된 질문에 때로는 필요성을 별로 못 느끼는 경우가 있어서 가끔은 패스하기도 한다. 그 외에는 꼭 챙겨먹으려고 하는데, 이유는 나에게 숨 쉴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사람은 어느 정도 이상의 압박을 느낄 때 아예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개복치과인 나는 그 역치도 매우 낮은 편인데, 덕분에 '의욕을 부여하기 위한 압박감'과 '아예 포기해버릴 역치' 그 사이에서 미묘한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한달독서를 처음 진행했을 때는 미션인증을 할 수 있는 날에도 '독서인증을 해야하지 않을까' 하고 의욕이 과다하고는 했는데, 그럴수록 스스로가 기대한 완성도를 충족할 수 없을 때 포기하려는 성향이 강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차피 금메달도 못 받는데 뭐. 이런 생각이 들어버리는 거다.

 그래서 나는 미션인증을 꼭 챙긴다. 만약에 의욕이 과다한 상태라면, 일단 미션인증을 하고, 쓰고 싶은 글은 '그렇게까지 쓰고 싶으면 키핑해두지 뭐' 라고 생각한다. 꼭 해야하는 일이라도 '어쨌든 한다는게 중요하지' 라고 생각하는 것과 '이 정도가 아니면 안 돼' 라고 생각하는 것 사이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둘째로, 나만의 데드라인을 둔다. 나는 그게 23시다. 23시가 되면 하루 종일 바빠서 책을 꺼내 보지도 못했더라도 일단 책을 손에 집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한 챕터만 읽자, 아니 우선 갈무리 하고 싶은 글 하나만 찾자' 하는 마음으로 책을 편다. 그러면 적어도 하루에 에피소드 하나 정도는 읽는다. 인증글의 양이나 퀄리티는 이 시점에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만약 야근이나 약속 등의 이유로 이 시간에 책을 손에 들 수 없다면 (이런 경우 최대한 그 전에 해보려고 노력은 하지만) 차선책으로 퍼블리를 읽는다. 온라인 게시물은 아무래도 주제가 뚜렷하고 짧은 시간 읽을 수 있어서 시간이 없을 때 사색 및 글감으로 삼기 좋은 것 같다. 게다가 퍼블리에도 읽고 싶어 북마크 해 둔 글이 수두룩한 상태이기도 하다. 아, 다람쥐가 도토리 모으듯 읽을 만한 것들을 찾아 모으는 것은 벗어날 수 없는 나의 성향일지도. 집에 있는 수 많은 책과 무수한 나의 북마크들을 생각하면.

 셋째로, 글의 퀄리티에 지나치게 마음 쏟지 않는다.

 나는 마치 산만한 아이가 이리 기웃 저리 기웃대는 것처럼 생각이 널 뛴다. 남들이 이해하기 힘든 생각의 전개라는 평을 종종 듣기도 한다. 그래서 글을 쓸 때 퇴고를 엄청 하는 편인데, 그러다보니 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었다. 초반에는 인증글을 쓰는 것 자체도 매우 부담스러웠을 정도였다. 책 읽는 것도 느린데 글 쓰는 것도 느려서 시간이 엄청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생각하게 됐다. 들이는 시간이 무서워서 글을 못 쓸 바에야 그냥 엉망인 글이라도 쓰는 게 낫겠다고. 남이 이해 못할 글일지라도 어쩄든 나는 그 글을 쓰는 순간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니 거짓은 아니지 않은가. 아무리 온라인에 글을 게시하는 것은 읽히기 위함이라지만, 정작 글을 안 써서 기회를 잃으면 가독성이고 뭐고 의미 없는 말이다. 물론 나는 읽히기 위해 쓴다기보다는 글을 쓰면서 생각을 갈무리하는 것에 더 가깝긴 하지만.



 오늘은 출근 길에 모바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주제를 보고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서, 생각이 난 김에 쓰는게 낫다는 생각에 잡기 시작했는데 꽤 양이 길어져 회사에 와서 마무리를 하게 됐다.

 

 쓰면서 문득, 내가 쓰는 내용들이 이제 막 한달어스를 접한 동료들에게 도움이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동료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격려해주고 싶다. 다른 모든 이유들에 앞서 당신이 이 프로그램을 하는 이유는 당신 스스로를 위해서일테니, 스스로를 위해 글을 써도 괜찮다고. 첫 번째 독자는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긴 글이지만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면 감사하고, 모두 함께 뿌듯하게 완주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