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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어스] Handal.us/[한달독서] 12기

[Day 22]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 04

by Aterilio (Jeongmee) 2021. 2. 22.

 

 

 이런 책들을 좀 더 빨리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적어도 10년만 더 일찍 자존감에 대해, '너는 너도 살아도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더라면.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어쩌면 지금이기에 그 글들이 내 마음에 와서 기척을 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대학 때 휴학을 한 번 했고, 그 때 학습지 교사 일을 한 반 년 정도 한 적이 있다. 어쩌면 그 것이 내가 성숙해질 첫 번째 계기였을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못 듣는 아이였다. 정확하게는, 어느 새 방어적인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나는 항상 나를 변호하기 바빴을 뿐, 남들이 하는 이야기의 진의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학습지 교사 시절 어떤 명확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직장에는 모두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 뿐이었고, 직종 탓인지 의견을 제시할 때는 강경하기 보다 부드러웠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연습이 되었던 것 같다. 그래도 자각하지는 못했다가, 복학한 뒤 친구가 '네가 휴학하기 전이라면 말하지 않았을텐데 말이야..' 하면서 내게 조언을 건네면서 알게 됐다. 그 전이라면 반박부터 했을테니 서로 불편해질 이야기는 하지 않았을 거라면서.

 

 내 친구가 그 때 건넨 조언은 내게 아주 귀중했다. 나는 내 발언이 내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에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뒤로 그 부분을 많이 조심하게 되었다. 그런데 친구가 말한대로, 만약 그 조언을 그 이전에 하려고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그래서 최근 든 생각은, 나는 아주 느린 사람인 것 같다, 는 것이었다. 나는 어쩌면 지금이라서, 지금에 와서야 이런 내용들을 받아들이고 깊게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이런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할수록 내용은 어렵고, 답이 없는 문제라 항상 결론 없이 헤메이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생각하기 전보다는 지금의 내가 더 낫다고, 더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내일은 더 나은 내가 되어갈 수 있을것이라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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