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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어스] Handal.us/[한달자유독서] 13기

[Day 03] 당신이 변하지 않으니 퇴사하겠습니다 - 02 / MBTI

by Aterilio (Jeongmee) 2021. 3. 25.

 

 2장, 직원에게 상사가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책의 구성에서 느낀 점은 어제와 동일하다. 다만 간접 경험의 측면에서, 그리고 책을 도중에 덮으면 느낄 찝찝함 때문에 계속 읽어내렸다. 그 중 관심있는 주제가 나왔다. MBTI.

 

 2020년 10월 20일, 나는 온라인으로 MBTI 를 했었다. 동료에게 나에 대한 솔직한 피드백을 요청해서 메신저로 대화하는 와중에, 내가 나를 파악하기 어려워 하는 것 같자 동료가 한 번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했던 것이 그 이유였다. 성격 유형은 기질 같은 것이라서 대체적으로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동료가 본인은 시간 변화에 따라 전혀 다른 유형으로 바뀌었다고, 주기적으로 해주는 것도 좋다고 해서 검사를 받은 날짜도 기록해 놓은 것이었다.

 

 마침 무료 검사 사이트(16personalities)를 공유해주어 내친 김에 후딱 진행했다. 나는 Mediator, '중재자'로 번역되는 INFP-T 형이었다.

 

 정말 소름돋게도, 많은 설명이 나의 모습과 일치했다. 그리고 얼마 전엔 INFP 유형의 공부 방식에 관한 내용의 유튜브를 접했는데 그 영상도 정말 공감을 많이 하면서 시청 했었고.

 

 MBTI 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보면, 인간의 내적 과정을 다음과 같이 4가지 선호 경향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나무위키 참고)

  • 에너지의 방향
    • 외향 E : 지식이나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에너지를 얻고, 경험을 통해 이해하며 글보다는 말로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 내향 I : 지식이나 감정에 대한 자각의 깊이를 늘려감으로써 에너지를 얻고, 이해한 다음에 행동하며 말보다는 글을 좋아한다.
  • 사람이나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
    • 감각 S : 오감 및 경험에 의존. 현실적(분별력). 정확하고 철저하게 일처리. 숲보다 나무를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 직관 N : 직관 및 영감에 의존. 이상주의적. 신속, 비약적으로 일처리. 나무보다 숲을 보려는 경향이 강하며 자신만의 세계 뚜렷.
  • 판단의 근거
    • 사고 T : 업무 중심. 시비의 판단 선호. 논리적, 분석적, 객관적. 원리 원칙 중시.
    • 감정 F : 인간관계 중심. 호불호의 판단 선호. 상황적, 포괄적. 의미, 영향, 도덕성 중시.
  • 선호하는 삶의 패턴
    • 판단 J : 분명한 목적과 방향 선호. 계획적, 체계적, 기한 엄수. 정리정돈을 잘하고, 뚜렷한 자기의사와 기준으로 신속하게 결정.
    • 인식 P : 유동적인 목적과 방향 선호. 자율적, 융통성, 재량에 따라 일정 변경. 상황에 따라 적응하며 결정을 보류.

 이 검사를 하고 나서 나는 몇 가지 사실에 대해 놀랐다.

 

 첫째로, 나는 그동안 내가 외향적이라고 생각했으나,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 와 '혼자 조용히 휴식을 취함으로써 에너지를 얻는다' 중에 고르라면 후자에 가까웠다. 지식이나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에너지를 얻기보다는, 감정을 소모할수록 지치는 타입이었다.

 

 둘째로, 나는 내가 직관적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러나 이상주의자인 것도 맞고, 나만의 세계(사고관)이 뚜렷한 것도 맞으니 해당 유형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었다. 개연성과 의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맞으나, 신속, 비약적으로 일처리를 한다는 것은 잘 모르겠는데, 내가 패닉에 잘 빠지는 성향인 것을 생각하면 '신속하게 처리하려고 한다'는 것도 어쩌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로, 나는 인간관계보다도 업무를 중심으로 판단한다고 생각해왔다. 나도 신기하지만, 나는 어떤 사람에게 대인관계로써의 감정과 업무관계로써의 감정을 분리해서 느끼고는 하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대인관계로는 웃고 잘 챙기며 친하게 지내지만, 업무 관계로는 기질이 다소 맞지 않다고 느껴 껄끄럽다거나.

 게다가 사고(T)에 해당하는 대부분이 나와 일치하는 성향이라고 생각했다. 진실과 사실에 주로 관심을 가지며, 시비(옳고 그름)의 판단을 선호하고, 논리적, 분석적, 객관적으로 사실을 판단, 원리 원칙을 중시하며 지적 논평하기를 좋아한다. 아니라고 생각한 항목이 없다.

 그런데 왜 감정(F)으로 나왔을까? 생각해보면, 나는 업무를 하면서 감정을 아예 배제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애초에 업무는 업무로만 보면 되는데도 감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마 그런 부분이 반영된 것이 아니었을까?

 

 사실 아주 어릴 적, 초등학교를 갓 들어갔을 때를 떠올려보면 나는 그다지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었던 것 같다. 엄청 조용하고, 말도 그다지 많이 하던 타입이 아니었는데, 무엇을 계기로, 언제부터 바뀌었던걸까. 다만 기억나는 것은 중학생 때 이미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했다는 것과, 왠지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는 것 뿐이다. 그러고보니, 초등학생 때에는 그다지 눈에 띄도록 열심히 하는 타입은 아니었는데. 중학생 때부터는 아니었던 것 같고.

 

 약 10년 전 쯤, 어느 날 문득 깨달음이 찾아온 적이 있었다. 내 실제 성격과 밖으로 드러나는 성격이 다른 것이 당연할수도 있겠다는. 그 때에는 그것이 내가 가진 맏이로써의 책임감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맞벌이 부모님 밑에서 나이 차이가 다소 나는 동생을 챙기며 살아가느라 어쩔 수 없이 생긴 껍데기라고.

 

 그런데 그 이유로는 MBTI 결과를 곰곰히 곱씹어 보며 든 의문을 해소할 수가 없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던 것은 초등학교 때에도 있던 일인데, 왜 나는 굳이 중학생 때 바뀌었을까? 무엇이 계기가 되어, 세상에서 나를 지키기 위한 갑옷을 만들었던 걸까?

 

 요새는 '직무적인 자기 계발'과 한달자유독서 참여를 비롯한 '개인적인 자기 계발'을 진행하고 있어서 매일이 바쁘고, 또 앞으로의 커리어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해서 이미 한계까지 머리를 쓰고 있는데, 갑자기 본질적인 고민거리가 생긴 셈이었다.

 

 '금쪽같은 내새끼'를 보며 느꼈던 감정이 떠오르면서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진다. 상처받은 채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내 안의 금쪽이를 위해, 지금이라도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고 생각했던 그 때와 같이.

 혹시 나는 내가 자각하지 못하는 상처를 또 하나 안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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