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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어스] Handal.us/[한달자유독서] 13기

[Day 04] 당신이 변하지 않으니 퇴사하겠습니다 - 03

by Aterilio (Jeongmee) 2021. 3. 26.

 

 3장, 90학번과 09학번이 잘 지내는 방법.

 

 아, 여기까지 읽으니 알겠다. 1장 소제목에 속았다. 이 책은 인력 관리를 해야하는 리더를 위한 책이었다.

 

 1장, 상사에게 직원이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2장, 직원에게 상사가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3장, 90학번과 09학번이 잘 지내는 방법.

 4장, 슬기로운 사내 대화법.

 

 나는 이 목차를 보고 읽는 대상이 포괄적인 줄 알았다. 1장은 직원의 입장에서, 2장은 상사의 입장에서, 3장은 양측의 입장에서. 그런 식으로 전개되길 기대했다. 그러니 1장을 보고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다. 그건 직원이 실천할 수 있는 가이드가 아니었으니까.

 

 3장을 보니 확실히 깨달았다. 이 챕터는 다시 말하자면, '90학번이 09학번과 잘 지내는 방법' 이라고 해야 더 맞을 것이다. 원래 제목하고 뭐가 다를까? 바로 '잘 지내는 방법'을 행하는 '주체'다. 그러니까 상사 입장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을 놓고, 그것이 왜 그런지, 무엇이 달라서 그렇고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를 가이드 하는 내용인 것이다.

 그제야 이 책의 제목 또한 그걸 타겟팅 해서 만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당신이 변하지 않으니 퇴사하겠습니다'라는 말은, 직원이 상사를 대상으로 하는 말이지 않은가. 상사는 직원이 변하지 않는다고 그것을 이유로 퇴사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 책은, 직원들과 상사가 부딪힐 때 상사가 어떤 식으로 행동하면 좋을지를 설명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 책은 꽤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이 궁금하다면, 또한 만약 정말 직원들의 생각이 이해되지 않는 입장이라면, 특히 3장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나는 벌써 30대 중반에 접어 들었고, 평균 나이가 비교적 젊은 IT 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니 나는 내가 그렇게 젊은 세대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책에서 설명하는 것을 기반으로 생각해볼 때 나는 흔히 '밀레니얼 세대'라고 말하는 신세대와 많은 부분이 생각이 일치함을 깨달았다.

 

 우리는 더이상 회사를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는다. 회사가 평생 직장이 될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내가 의리를 지켜봤자 일방통행이라는 사실도 너무 잘 알게 되었다. 한 때는 아르바이트를 할 때 조차도 직원보다는 사장 마인드로 임했던 때가 있었지만, 돌이켜 보면 그것은 다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사장 마인드는 의미가 없다. 내가 사장이 아닌 이상.

 

 그래서 우리는 더이상 회사와 자신을 동일하게 여기지 않는다. 회사를 정하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를 갈아서라도 회사가 잘 되면 좋다'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은 없다. 내가 무엇을 목표로 일하고 있고, 그로 인해 회사와 내가 어떻게 함께 성장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회사'와 '나'를 놓고 봤을 때, 우리는 '나'를 선택한다. 내가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아무도 챙겨주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직장에 다니고 일을 하는 것을 단순히 생계 수단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정말 아니라고 생각하면 다른 방향을 고민한다.

 

 요즘은 죽을 때까지 하나의 직업을 가지고 살 수는 없다고 한다. 살면서 최소한 두 개 이상의 직업을 가지는데, 그것은 우리의 평균 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에 정년 퇴임 후에도 살아갈 기간이 많이 남기 때문이라고. 그래서인지 주변에서도 흔하게 'N잡러'라는 말을 한다. 브런치 작가, 유튜브 크리에이터 같은 '부캐'를 가진 사람도 아주 흔하게 접할 수 있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여러 우물을 파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메인) 직업 하나에만 매달릴 필요는 점점 없어지고 있다.

 

 이런 부분들이 맞물려, 직업적인 프로페셔널과는 별개로 우리는 회사에 매달리지 않게 되었고, 이 책의 3장은 그런 부분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생각이 이해되지 않는다면 꽤 유용한 이야기일 것이다. 나는 아주 크게 공감하며 읽었으니까.

 

 나도 최근 이직을 준비하려고 생각 중인데, 회사를 선택하는 가장 큰 기준은 '개발 문화'다. 바로 나의 성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나는 여태 제대로 된 사수도 만나본 적이 없고, 사수가 부사수를 가르치는 것도 본 적이 거의 없다. 개발 문화라는 것도 아예 없는 곳에서 일에만 치여 나를 갈아내고 나서 내게 남은 것은 불어난 체중 뿐이기에, 이제는 더 이상 그런 것을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사실, 나도 회사보다 내가 소중하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내려놓기 까지 매우 오래 걸렸다. 큰 이슈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대응하지 않는다면 사실 그것은 회사가 책임지면 되는 것인데도, 그러면 안될 것 같아서 나 혼자 아등바등 발버둥을 쳤다. 그 순간이 지나고 생각하면 항상 좀 도가 지나친 책임감인 것 같은데, 막상 닥치면 그렇게 태연히 방관할 수 있는 성격이 못 되어서. 그런데 그래봤자 내게 남는 게 뭐가 있던가? 긍정적인 피드백도, 나의 성장도, 심지어 금전적인 보상도 아니었다. 회사는 내가 지켜낸 것보다 지켜내지 못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 내가 100 을 열심히 하더라도 그건 사실 당연한 것이고, 못한 -20 을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것이 회사다. 이런 환경에서 '회사'보다 '나'를 챙겨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 않을까?

 

 하지만 책임감은 나의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회사와 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싶다. 회사가 동기 부여를 하고 나는 나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회사와 내가 각자의 목표를 이룬다면 그것이야말로 윈윈일테니까.

 

 꽤 오래 나를 갈아내어 일하기만 했기 때문에, 어쩌면 꽤 오래 이직 준비를 해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의 장점을 잘 활용해줄 좋은 회사에 가서 회사와 나의 성장에 기여할 미래를 위해.

 

 나는 오늘도 바쁜 하루를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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