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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어스] Handal.us/[한달독서] 21기

[Day 07] 오은영의 화해 - 03

by Aterilio (Jeongmee) 2022. 6. 12.

 

 인생은 언제나 최선을 다하되, 문제가 생기면 극복해 나가면 됩니다. 극복한다는 것은 성공을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피하지 않고 끝까지 겪어 내는 것을 말합니다. 누구나 그렇게 겪어 내고 있습니다. 그러니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요.
 어린 시절 나의 형제, 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는 보편적인 사람이 아니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에요. 어린아이였을 그때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그들에게 내 세상의 전부를 주지 마세요.
 평범한 사람들은 누군가 실패하면 손가락질보다는 격려와 위로를 건네요. 그런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아주 새삼스럽게 깨달아야 합니다.

 

 자식을 키울 때는 물질적인 뒷바라지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어떤 때는 감정적 뒷바라지가 더 중요하기도 합니다. 그녀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주는 '정서적 밥'에 배가 고팠습니다. 정서적으로 항상 허기져 있었어요.
 여자는 어머니에게서 받고 싶었던 '정서적 밥'을 받지 못해, 자기 신뢰나 확신감이 부족해졌고 이로 인해 습관적으로 후회하는 마음이 생겼죠.
 어린 시절 부모에게 안 좋은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더라도 사람이 변할 수 있는 방법이 몇 가지 있어요. 죽음을 눈 앞에 둔 것처럼 인생에서 큰 일을 겪고 나면 사람이 바뀝니다. 아주 대단한 종교적 경험으로 사람이 바뀌기도 해요. 정신과 전문의와 정신분석을 통해 끊임없이 자기를 분석해 나가면서 자기를 알게 되어도 바뀝니다. 그리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 이전 삶에서 해결되지 않았던 갈등의 상당 부분을 재경험하면서도 바뀌지요.

 

 그 상대는 나의 나쁜 부모처럼 나를 짓밟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믿으세요. 그들은 내 부모와 다른 사람이에요. 내 부모는 이제 나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아요.

 

저에게 꽤 오랫동안 진료를 받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늘 "왜 나만 이렇게 재수가 없어요?" 라는 말을 했어요. 머리도 좋고 공부도 굉장히 잘했던 아이였는데 학교에서 억울한 일을 몇 차례 겪더니 세상에 대해서 뭐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회로가 생겨 버렸습니다. 아무리 잘 설명해주어도 아이는 늘 "그래서요? 결국은 못 하는 거잖아요", "그런다고 내 인생이 여기서 변하겠어요?" 라고 따지면서 부정적인 결론을 내렸지요. 아이는 재주도 참 많았습니다. 그림도 잘 그렸어요. 요새는 컴퓨터로 게임 캐릭터를 그리는 일에 푹 빠져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2시간이나 걸려서 그린 게임 캐릭터 파일을 올리려다가 삭제되는 일이 발생했어요. 아이는 그 일에 엄청나게 분노했습니다. 자기는 열심히 해도 매번 이런 일이 생긴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자기는 재수없는 아이인 것 같다고도 했어요.
 아이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가 제가 말했습니다. "억울하겠지만, 그냥 다시 그려." 아이는 이전에 자신에게 일어났던 나쁜 일까지 쏟아내며 억울해서 미칠 것 같다고 난리를 쳤지요. 제가 다시 말했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일어났던 일과 이 일은 달라." 아이는 잠시 말을 잃은 듯 가만히 있었어요.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이전에 학교에서 있었던 대부분의 일은 그 일의 통제권과 그것을 결정하는 주체가 누구였어?" 아이는 답했습니다. "선생님들이요." "네가 오해를 받아도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지?" 아이는 그렇다고 대답했어요. "그런데 이번은 누가 주체야?" 아이는 "저요" 라고 답했습니다. "그럼, 일이 꼬였을 때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야?" 아이는 "저요" 라고 답했습니다. "해결할 수 있어? 없어?" 아이는 조금 차분해져서 "있긴 있죠" 라고 대답했어요. 저는 마지막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럼 해결해. 시간이 더 들 뿐이야. 약간 억울하긴 해. 하지만 두 번째 그림은 더 퀄리티 있게 그릴 거야. 예전에 있었던 일은 네 일인데도 네가 영향력을 끼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네가 무기력해질 수 밖에 없었어. 하지만 지금은 억울해도 네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 아이는 이날 이후 놀랄 만큼 많이 안정되었습니다.

 

 내가 나의 가정과 아이를 갈망했을 시절, 나는 반드시 좋은 엄마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좋은 엄마가 되는 법은 알지 못 했지만, 좋은 엄마가 되지 못 하는 방법은 많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잘 할 수 있으리라고도 생각했다.

 

 나는 아이도 독립적인 인격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아이라면, 떼를 쓸 지언정 말로 설명하면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루는 친구와 어떤 뉴스를 보게 되었는데,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어떤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였다. 폐타이어로 아이들을 태워주기도 하면서 놀아주기 때문에 아이들은 좋아하지만, 안전적인 문제로 주변에서는 마뜩찮게 생각한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 내용을 보고 친구가 문득 물었다. 내 아이라면 어떻게 할 것 같냐고.

 

 나는 먼저 아이에게 충분히 설명할 것 같다고 했다. "놀면서 다칠 수 있고, 나는 네가 다치면 마음이 아프겠지만, 그래도 놀고 싶다면 놀아도 된다"고. 혼자 나가서 모르는 사람과 노는 것이라면 또 다른 문제지만, 어쨌든 내가 놀이터에 데리고 나갔을 때 내 눈 앞에서 논다는 전제에서니까.

 

 친구는 놀라워 했다. 그러다 크게 다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네 아이인데, 그럴 수 있겠느냐고. 자기는 무조건 못 놀게 할 것 같다고도 했다.

 

 책을 읽는데 그 대화가 떠올랐다. 왜냐하면 오은영 박사님은 "어떤 이유로든" 폭력이 오가는 것은 옳지 못하며, 훈계를 한답시고 화를 내고 폭력을 쓸거라면 차라리 그 에너지를 아이에게 말로 설명하는 데 쓰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나는 그 이야기에 크게 공감했다.

 

 중학생 때, 나는 도서대여점, 일명 '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책방 주인 분께서 어린 아이가 있는 젊은 엄마셔서, 아이 저녁을 먹이고 재울 저녁 타임 2시간 정도만 가게를 봐줄 사람이 필요했었기 때문이다. 일을 하는 동안에는 카운터에서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으니 대여비도 아끼고, 그 날 번 돈은 책을 더 빌리는데 썼기에 단가는 아주 저렴했지만 매우 마음에 드는 아르바이트였다.

 

 문제라면 책방 주인 분께서 같은 아파트에 살고 계셨다는 점일까.

 

 내 엄마는 나와 상의도 없이 책방 주인 분과 얘기를 하셨다면서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게 했다. 이유는 동생을 봐야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중학생 때니 동생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다. 게다가 겨우 하루 2시간이다. 시간대는 대충 저녁 6시부터였던가, 7시부터였던가.

 

 그 시간대는 저녁을 먹고 나가서 일할 수 있는 시간대였다. 따라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동생을 챙기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동생하고 나이 차이도 너무 나서, 어차피 동생은 그 시간에 또래들과 놀고는 했다.

 

 물론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는 것 자체도 아쉬웠지만, 내가 가장 화가 나는 부분은 "나와 상의도 없이" 그 모든 일이 진행되었다는 부분이었다. 나에 관련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설명이나 설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생각한대로 행동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엄마. 그런 상황을 겪을 때마다 나는 인격체로 대해지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왜 자식을 낳았을까. 명령을 내린대로 행동해야만 한다면 자식이 아니라 로봇이나 들이면 되었을텐데. 몇 번이고 그런 생각을 했다. 심지어 몇 번은 엄마 앞에서 소리내어 절규하기까지 했다. 엄마의 귀에는 닿지 않았지만.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아이도 충분히 생각을 할 수 있고 인격체로써 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원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 감정을, 내 의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길 바랬다. 그리고 그게 부모님이 원하는 바와 다르다면 왜 그런지 설명을 듣기를 원했다. 나의 생각을 무조건 부정당하거나 너의 의견은 필요없다는 피드백이 아니라.

 

 책에 언급되는 상황들을 읽어보면, 내가 정말 그런 상황을 당면했을 때 잘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은 사실 별로 없다. 아마 몇 번이고 시행착오를 겪고, 행동하고 후회하는 것이 몇 번쯤 반복되겠지. 그래서 난 이런 책은 계속 두고 두고 주기적으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처음부터 잘하진 못하겠지만, 계속해서 공부하고 행동하다보면 분명 바뀔 수 있으리라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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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부모, 그러나... 부모가 돼서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Part 2. 그래서, 나... 당신 탓이 아니에요 그때 당신은 어쩔 수 없었어요 (2/2)
Part 3. 그런데 다시, 부모... 두려워 마세요 당신 아이는 당신과는 달라요
Part 4. 그리고 또다시, 나... 고통이 시작되는 곳을 알았다면 행복이 오는 곳도 알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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