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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어스] Handal.us/[한달독서] 21기

[Day 06] 오은영의 화해 - 02

by Aterilio (Jeongmee) 2022. 6. 11.

 

 아이가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할 것들이 정말 많고, 나는 그걸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내가 알던 부분은 극히 일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다양한 상황에서 각자의 이유로 행동을 하고, 부모는 그 어떤 상황에서라도 아이를 지지해줘야 한다. 아이를 혼내거나 바르게 인도하는 것과는 별개로, 정서적인 이유에서 안전지대가 되어 주어야 한다.

 

 특히 이런 내용들에 나는 참 많이 공감을 했다. 커서야 생각할 수 있게 된 부분이지만, 내 엄마는 정서적인 측면에서 자신이 더 중요한 사람이었다. 마음이, 엄마로서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었다고 해야할까.

 

 기억나는 일화 중 하나가 있다. 어느 날 내 엄마는 떡볶이를 좀 사오라고 했다. 그런데 환경호르몬 때문에 포장이 좀 신경쓰였던지, 냄비를 주면서 여기에 포장해달라고 하라고 했다. 그 때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으므로, 나는 창피한 마음에 싫다고 했다. 집이 학교 바로 근처였기 때문에,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분식점 근처에서도 학교 친구들이 아주 많았다. 냄비를 들고 심부름을 간다면 분명 누군가와 마주칠 것이고 나는 그게 싫었다. 엄마는 괜찮다고 했다. 뭐가 창피하냐고 핀잔을 가장한 짜증을 부렸다. 그래서 나는 '그러면 엄마가 가!' 라고 했다. 나는 창피하고, 엄마는 건강이 걱정되서 그런거면, 그리고 정말 창피하지 않은 일이라면 엄마가 가도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엄마가 말하기를, 엄마가 가는 것은 창피하다고 했다. 어린 마음에도,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은영 박사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자식은 부모를 완전히 놓아버릴 수는 없었다. 어릴 적 아이가 기댈 곳은 부모님 밖에 없는데, 아빠는 내가 어릴 적 사업을 하시느라 바빠서 좀 처럼 얼굴 볼 시간이 없었다. 맞벌이를 하시느라 엄마도 바빴지만, 그래도 어쨌든 정서적인 교감을 할 만한 사람이라고는 엄마 뿐이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그랬다. 아이는 부모를 벗어나서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어릴 적에는 성인만 되면 어찌됐든 집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학 때 전공을 컴퓨터공학과로 선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우리 학교는 1학년 때 한 학기 동안 의무 기숙사 입주가 있었는데, 게임공학과는 2학기였고 컴퓨터공학과는 1학기였다. 컴퓨터공학과가 게임 개발과 영 동떨어진 곳도 아니지 않은가. 기초부터 튼튼히 하기에 좋겠다는 자기 합리화와 함께 컴퓨터공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큰 설득 없이 집을 나올 수 있다는 이유가 매우 컸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부모를 놓아버릴 수는 없었다. 다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엄마의 어떤 행동이 나에게 상처가 되는지 내 의견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도, 이젠 아주 잘못된다고 해도 그저 집을 나오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미성년자일 때는 집을 나와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

 

 그렇게 10년을, 미련을 가지고 놓지 못 했다. 어릴 적을 떠올리면 괴로운 기억들이 많지만, 그래도 부모님의 자리를 차마 놓을수가 없었다. 그렇게 중요한 역할이다. 부모라는 것이.

 

 어릴 때는, 최대한 빨리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 부모에게서 받을 수 없는 사랑을 메꿀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도 빨리 갖고 싶었다. 아이에게 사랑을 주면서 빈 마음이 차오르리라 생각했었다.

 지금은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고, 그래서 일찍 결혼하지 못 했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만나봤자 제대로 된 남편을 찾았으리라 보장도 못하지만, 설령 결혼을 했더라도 성숙하지 못한 마음에 아이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과 경험을 하고 나서 읽는 책이라, 책의 많은 부분에 공감을 하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부모, 그럼에도 아이에게 '네가 느낀 것이 옳다'라고 해 줄 수 있어야 하는 부모. 아이는 좋은 말을 많이 듣고 자라야 하며, 그렇지 않았을 때 아이가 어떻게 자라게 되는지. 결핍된 부분을 채우기 위한 인간관계는 실패할 확률이 높으며, 그러므로 스스로를 먼저 깨닫고 나아지는 것부터 해야하는 것도. 거의 모든 페이지에서 인상깊은 구절이 있어 '접어두기' 해두고 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아이 하나가 잘 자라기 위해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 정말 많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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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부모, 그러나... 부모가 돼서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Part 2. 그래서, 나... 당신 탓이 아니에요 그때 당신은 어쩔 수 없었어요 (1/2)
Part 3. 그런데 다시, 부모... 두려워 마세요 당신 아이는 당신과는 달라요
Part 4. 그리고 또다시, 나... 고통이 시작되는 곳을 알았다면 행복이 오는 곳도 알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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