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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어스] Handal.us/[한달독서] 21기

[Day 03] 오은영의 화해 - 01

by Aterilio (Jeongmee) 2022. 6. 8.

 

 요새는 바빠서 좀 뜸하지만, 오은영 박사님의 "금쪽같은 내새끼"를 꽤 열심히 시청했던 때가 있었다. 오은영 박사님의 설명에 공감해서 거의 매회 울게 되었을지라도.

 

 아이의 입장에서 부모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스스로 체득한 바가 있다. 어릴 때는 원망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무력감이, 성인이 되고 나서는 분노가, 30대가 되어서는 체념이 되었던 나의 그 어떤 감정은 그것에서부터 기원하였기에.

 

 그 경험은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나중에서야 깨달았지만 나의 자아를 비롯해 많은 곳에 그 문제가 얽혀 있었고, 그로 인해 내 행동의 내면에는 자기 방어기재가 아주 단단하게 자리하게 되었다.

 

 무시받는다고 생각할 때 쉽게 분노하고.

 부정적인 반응이 두려워 질문보다는 지레짐작으로 오해의 여지를 만들고.

 내 의견이 뚜렷함에도 의사를 피력하기 보다는 상대의 의견을 먼저 묻고.

 실패했을 때의 상황이 두려워 도전하지 않고.

 공격받지 않기 위해, 또는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너무 몰입하기도 하고.

 

 사실, 내 행동들에 어떤 패턴이 있고, 그것이 무엇으로부터 시작되었으며,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하나 둘 깨닫기 시작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왜", "어떻게" 내가 그런 생각을 했는지 물어봐 주는 사람이 없었고, 그렇기에 나의 문제를 그렇게 근본적인 레벨에서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기에.

 

 나는 나를 알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별로 없었다. 알아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내가 이렇게 남들과 다른, 부정적인 모습을 갖게 된 데에 대한 원망은 할 지언정, 그래서 나는 절대로 아이를 그렇게 키우지 않겠다며 '육아'에 대한 관심을 키울지언정, 내 스스로에 대해 탐구할 생각을 하지 못 했다. 해야하는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못 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한 점이 있었다면 그것은 남의 의견을 잘 수용할 수 있게 된 점이었다. 그 이전에 비해, 남이 나에 대해 피드백 주는 것을 수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바뀌고 싶다면, 좀 더 나은 모습이 되고 싶다면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먼저 나를 알아야 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며, 내게 있어 중요한 것은 무엇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나는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때에 어떤 기준으로 고르는지, 또 선택을 보류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나를 알아야 보다 근본적인 내 내면의 문제를 인식하고 고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나를 알아야 타인에게 나의 '기준'을 설명할 수 있다. 어디까지는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고, 어디부터는 그렇지 않은지. 그것부터 명확해야 대인관계에 좀 더 유의미한 개선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최근은 '나'에 대한 탐구를 계속 하고 있다. 자존감에 대해서, 의욕에 대해서, 소비 심리에 대해서, 등등.

 

 오은영 박사님의 '화해'도 그래서 읽게 되었다. 내 문제가 어디로부터 어떻게 왔고, 그래서 어떻게 바뀌면 될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서.

 

 Chap1 부분만 읽었는데 메모하고 싶은 부분이 너무 많았다. 부모는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주어야 하는 존재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고, 그로 인해 아이가 어떻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 그러면서 우리 주변의 수 많은 '나'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는데, 정말로 그것은 수 많은 '나' 였다. 이야기마다 공감되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또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 만다.

 

 그래, 그랬어야지. 그렇게 해줬어야지. 그러지 못해서 지금 내가 이렇게 됐잖아.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런 한편으로는 네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당연하다고, 네가 이상한게 아니라고, 그 사람들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 해 주는 부분에서는 다른 의미로 울컥한다. 아무도 나의 감정을 '네가 느낀 것이 옳다'라고 이야기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도 된다'고 이야기 해주는 첫 사람이라서.

 

 벌써부터 눈물바다라 끝까지 잘 읽을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나의 감정을 인정하며 깨닫는 것이 있기를 바래본다.

 


 

· 여는 글 | 너무 아파했던 ‘당신’들, 우리 중 누가 ‘당신’이 아닐까요?
Part 1. 부모, 그러나... 부모가 돼서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Part 2. 그래서, 나... 당신 탓이 아니에요 그때 당신은 어쩔 수 없었어요
Part 3. 그런데 다시, 부모... 두려워 마세요 당신 아이는 당신과는 달라요
Part 4. 그리고 또다시, 나... 고통이 시작되는 곳을 알았다면 행복이 오는 곳도 알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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