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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어스] Handal.us/[한달독서] 11기

[Day 1] 자존감 수업 - 01

by Aterilio (Jeongmee) 2020. 12. 16.

 

 첫번째 부채 청산의 시작. 타겟은 '자존감 수업'으로 하기로 했다.

 

 몇 년 전 게임 아카데미에서 졸업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잘못 만난 팀장과 내 무력감으로부터 급격하게 심해진 자존감의 하락. 그것을 회복하고 싶어 구매해 두었던 책이었다.

 

 오늘 읽은 내용은 자존감의 3대 기본 축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기 효능감, 자기 조절감, 자기 안전감.

 

 나는 왜 자존감이 낮은 상태일까? 그 일이 있고 부터 벌써 몇 년이나 지났는데. 항상 그게 의문이었다. 나는 크게 내 탓을 하는 것이 없고, 그럭저럭 직장생활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니, 사실은 업무에 매몰된 적도 있었는데. 왜 계속 자존감이 낮다고 느끼는 거지?

 

 자기 효능감. 내가 느끼기에 나는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인가?

 음, 글쎄. 업무는 그럭저럭 쳐 내고 있지만, 이정도 연차라고 하기엔 부끄럽다. 잘하는 사람들은 훨씬 많은데. 더 해낼 수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아니, 사실 몇 년 동안 일했다고는 하지만, 그래서 내가 아는 것을 말해보라고 하면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게 있어?

 

 자기 조절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나?

 직업은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프로그래밍이라는 건 성향에 잘 맞아서, 원하는 것을 잘 만들어 냈을 때의 만족감은 크기 때문에. 다만, 회사는 '잘' 만드는 것보다는 잘 '만드는' 것을 원한다. 그게 만족스럽지 않다. SI (외주 개발) 계통의 업무는 성향에 맞지 않을 것 같아서, 일부러 자체 솔루션이 있는 회사를 고른 것인데, 와 보니 자체 솔루션은 맞지만 애초에 솔루션의 시작이 고객사의 요구사항에 의해서 였다. SI 만큼은 아니어도 성향에 맞지 않을 수 밖에.

 그렇다고 업무 양이 적은가? 요구사항에 대해 처리하다보니, 모든 것은 고객사의 사정에 의해서 정해진다. 일정조차도. 물론, 지금은 많이 싸워내서(?) 예전 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중심은 고객사.

 그럼, 취미 생활은? 책 읽는 것을 좋아.. 하는건지, 아니면 활자 중독인건지. 언제나 핸드폰이나 이북리더기를 끼고 산다. 식사 시간 등의 여유 있는 시간에는 항상 책을 읽는다. 다만, 어디서나 읽을 수 있는 게 필요하기 때문에 양서가 아니라 장르 문학을. 읽고 나면 만족스러운 경우도 있지만 때때로 허무하다. 그럼에도 하나가 끝나면 하이에나처럼 또 다시 읽을 것을 찾는다. 수 없이 쌓인 '독서 채무' 대신 장르 문학을 다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 같다.

 

 자기 안전감. 나는 안전하다고, 편안하다고 느끼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거주는 월세, 그다지 높지 않은 페이. 타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스스로 느끼기에 낮은 자기 효능감. 경력에 비해 모자란 것 같은 능력치. 그리고 이런 저런 이유로 존재하는 '진짜' 부채.

 나는 안전하지 않다.

 

 써놓고 보니, 뭐하나 만족스럽게 평가할 만한 것이 없다.

 그래, 그랬구나. 그래서 시간이 흐르도록 자존감은 제자리였던 거구나. 그러면서 기대가 된다.

 저자의 과거처럼, 나도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괜찮아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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