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들이다.
높은 자존감을 가지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예민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애쓰지 않고,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으며, 남이 나를 대하는 태도나 말에 대한 회복력이 좋아진다는 것.
성장기의 나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남들이 바라는' 혹은 '남에게 보이고 싶은' 내 모습만을 보이고 살았다. 그게 참 힘들었다. 밝은 모습의 나 뿐 아니라, 어두운 감정을 가진 것도 나인데. 그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이 나를 갉아먹었던 시절이었다.
내게 애정결핍 증세가 있다는 것을 자각한 것은 성인이 된 이후였다.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는 공허. 타인이 메꿔줄 수는 없는 그런 블랙홀이 내 마음 안에 있었다. 한 때 소설의 환상에 빠져, 그것을 누군가가 채워줄 수 있는 여백이라 믿었던 적도 있었지만, 사실 그건 스스로 메워야 하는 수렁이었다.
지금의 내 모습에는, 대학 친구들의 지분이 크다. 존경스러운 나의 친구들은 참으로 독립적이다. 새롭고, 신기했고, 그래서 존경스러웠다. 그렇게 홀로 곧게 서있을 수 있다는 것이 빛나 보였다. 그러다 어느 날,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나를 소중하게 대하지 않는 사람을 왜 (관계를 유지할지) 고민해?' 말하고 나서야 놀랐다. 내가 어느 새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워하고, 관계를 끊는 것은 엄두도 못 냈던 의존적인 내가. 어느 새 조금은 독립적이 되어 있구나. 살짝, 감동과도 같은 감정이었다. (사실, 쓰면서도 조금 울컥했다.)
서른을 넘긴 나이. 생각보다 시간은 참 빨라 이룬 것도 없이 나이만 먹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아무런 마음의 동요없이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영화를 보고, 혼자서 여행을 한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들도 그 나름대로 좋지만, 때로는 혼자인 것이 편할 때도 있다.
예전과 다르게 상대의 반박을 공격적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으며, 오히려 생산적인 논쟁을 좋아한다. 동료가 할 수 있는 생각은 외부의 누군가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생각을 반긴다. 나는 상대를 설득하려고 하고, 상대보고 나를 설득하라고 한다.
뭐야. 생각보다 나 잘하고 있는 거 아니야?
책을 읽은 양은 얼마 되지 않는데. 어제에 비해 반전인 결론에 어리둥절하다. 그리고 리더님의 댓글이 생각났다. '상황과 환경이 중요한 게 아니다' 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느리지만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구나. 그런 생각과 함께, 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존감이 낮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궁금해진다.
덧.
최근에 '개는 훌륭하다(E56)' 를 보다가 인상 깊었던 강형욱 훈련사님의 말씀 중 하나.
'자존심이 세면 자존감이 낮아요'.
오늘 읽은 내용과 연결되는 부분도 있어서 메모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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