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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어스] Handal.us/[한달자유독서] 13기

[Day 07] 당신이 변하지 않으니 퇴사하겠습니다 - 04

by Aterilio (Jeongmee) 2021. 3. 29.

 4장, 슬기로운 사내 대화법.

 

 4장은 주변에서 자주 일어날 법한 갈등 상황의 예시를 통해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좋을지를 설명한다. 이야기의 가장 핵심은 '비폭력 대화'와 '배려'로, 어떻게 하면 상대와 감정의 갈등을 최소화 하며 '일'을 해 내갈 수 있을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무리 좋은 의도로 상대를 배려한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그것을 알아채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실제로 나는 최근 동료와의 대화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그로 인해 상대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나 혼자의 노력으로는 바뀌기 어렵겠다는 결론을 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업무에 있어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제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일이라는 건 어쨌든 사람이 하는 것이다보니 부정적인 감정이 섞이면 잘 풀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자 요구사항을 말할 때도, 상대가 진행하는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할 때에도 되도록 그 자체만으로 이야기를 풀어야 한다.

 

 그런데 동료와 면담을 할 때, 동료가 진지하게 그런 이야기를 했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내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 라고. 내가 이야기 하는 것이 물론 모두에게나 항상 좋은 결론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동등한 위치의 업무상 동료인데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상대의 기분을 살펴야 한다는 것은 사실 무리한 요구 아닐까? 상대가 기분이 안좋다고 해서 일이 나를 기다려주는 것도 아니고.

 나는 그 뒤로 할 말을 잃었다.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도저히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뒤로 나는 상대의 감정적 대응이 나올 때마다 지쳐가고 있다. 나는 일을 하자고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상대는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 얼마나 지치는 일인지는 경험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래서 자꾸 대화,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책을 찾게 된다. 어떻게든 일은 해야하니까, 어떻게든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하고 싶어서.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이미 나는 과거에 이 속담을 뼈져리게 체감한 적이 있다. 관계가 좀 더 긍정적으로 변하길 바라면서, 심지어 상대에게 '나는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 라고 이야기하며 나름대로 10여년 동안 노력해 보았으나,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안 되는 일이 분명히 있었다. 손뼉이 아무리 강한 힘으로 내질러져도 혼자서는 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것을 그 때 절절히 깨달았다.

 그래서 결국은 포기하기로 했다. 포기라는게 참 마음먹기 쉽지 않았지만, '10년이면 할만큼은 했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더이상 스스로를 괴롭힐수는 없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그렇게 하나 둘, 손에서 놓는 것들이 많아진다. 나를 소중히 하지 않는 상대에게 매달리기만 하기에는 내가, 내 시간과 내 감정의 소모가 너무 아까우니까.

 

 그런데 그런 경험을 이미 해서 그런지 4장을 읽으면서는 부정적인 생각부터 먼저 들었다. 혼자 적절한 피드백을 하며 감정을 배제해가며 일한다고 해도, 알아줄 사람이 없으면 무슨 소용일까, 그런 생각이. 실제로 직장 생활에서도 굳이 트러블을 만들지 않으려는 성향 때문에 소위 '호구'가 된 적이 많았다. 묵묵히 일하면 사람들은 다 괜찮을거라 생각한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줄 안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상대를 배려한다고 해도 상대가 배려해줄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배려를 실천하면서도 자기 일을 잘 하는 사람, 그리고 호구의 사이에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과연 그게 맞을까? 나만 감정 소모를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나의 감정 소모는 내가 참아내고, 상대가 감정 소모를 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게, 상대가 배려로써 받아들이지 않으면 의미가 있을까?

 

 세상 일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이런 고민이 생길때면 항상 '답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과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호구'가 되지 않을 적절한 경계가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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