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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어스] Handal.us/[한달자유독서] 13기

[Day 22] 문장 교실 - 02

by Aterilio (Jeongmee) 2021. 4. 13.

2장, 좋은 글을 술술 쓰는 방법

 

1. 의미가 전달되는 글은 다섯 가지 감각으로 쓴다!
2. 감정을 기호로 나타낸 뒤 문장으로 표현해 보자
3. 우선 많이 쓰고 좋은 문장만 남긴다
4. 표현을 풍부하게 하는 비유는 연상 게임으로 척척!
5. 글은 겉모습이 90퍼센트다. ‘올바른 문장’을 쓰기만 해도 잘 썼다고 인정받는다
6. 의미가 전달되고, 이해하기 쉽고, 마음에 남는다. 짧은 문장이 최고!
7. 어려운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면 의미 전달 능력도 높아진다
8. 적당히 찍으면 안 된다! 쉼표 하나로 문장의 뜻이 달라진다
9. 문장의 개성은 기본을 지키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10. ‘헐!’ ‘대박!’ 대신 어휘력을 높이자

 

 글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느낀 점은 바로 '옮긴 분이 정말 대단하신데' 였다. 이 책은 일본 작가가 쓴 책이다. 핵심 내용 자체야 통용될 수 있겠지만, 특히 '글쓰기'에 대한 부분이라 예시 부분은 완벽하게 일본어에 최적화 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전혀 위화감이 없다. 예시는 모두 번역이 아니라 한글로 된 문장이고, 비유도 국내 문화에 맞춘 적절한 문장으로 대체 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문제 1.
A. 흥선 대원군은 1871년 강화도에서 미군을 몰아내고, 신하들에게 명해 척화비를 세우게 했다.
B. 1871년 미군이 강화도에서 물러나자, 신하들은 흥선 대원군에게 척화비를 세우자고 했다.
A 와 B 의 문장이 나타내는 내용이 같을까, 다를까?
문제 2.
"불교는 동남아시아, 동아시아로, 그리스도교는 유럽, 남북아메리카, 오세아니아로, 이슬람교는 북아메리카,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로 주로 전파되었다."
오세아니아에 널리 퍼진 종교는?

 

 재미 삼아 위 두 문제를 풀어봐도 좋을 것이다. 문제 1번에 대해 정답을 맞힌 중학생은 약 57% 였고, 문제 2번에 대해 정답을 맞힌 중학생은 62% 였다고 한다. 물론 이 통계는 일본 기준이겠지만, 수리 같은 부분이 아닌지라 유의미한 차이는 없지 않을까?

 

 (정답은, 문제 1번은 '다르다', 문제 2번은 '그리스도교' 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일본 작가가 '흥선 대원군'의 예시를 들었을리는 없을 것이다. 이런 부분들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발견되는데,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다시 표지를 살피곤 한다. '이거, 정말 일본 사람이 쓴 책 맞지?'

 

 책 자체는 어렵지 않게 진행이 되어 가볍게 읽기 좋았다. 특히 '우선 많이 쓰고 좋은 문장만 남긴다' 라는 부분이 많이 공감이 됐다. 처음에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명확하게 주장이 정리되어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우선 쓰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업무용 메일이나 한달독서 인증을 위한 글을 작성할 때, 나는 종종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나 해야될 것 같은 말은 많은데 정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퇴고를 할 때 주로 '삭제'를 한다. 보통 하나의 글에는 하나의 맥락이 있기 때문에, 주된 맥락과 관계가 없는 문장을 버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게 쉽지 않았다. 나는 A 라는 말도 하고 싶고 B 라는 말도 하고 싶은데, 둘 중 하나를 버리자니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그걸 아까워 하면 글은 안드로메다로 간다. 버리기를 아까워 하면 집이 엉망이 되는 것처럼.

 

 누군가는 '글을 쓸 때 좋은 글만 남겨서 쓰면 되지 않나'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글을 쓸 때는 이게 전체 맥락에 도움이 되는 말인지, 그 맥락에서 중심 내용인지 아니면 곁가지인지 알기란 쉽지 않다. 처음엔 A 라는 생각을 가지고 쓰기 시작했지만 쓰다 보면 전혀 다른 결론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경우에 특히 그렇다. '사과'라는 화두를 가지고 '사과는 맛있지' 하는 생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올해 사과는 비싸서 생각보다 많이 먹지는 못 했다'는 결론이 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퇴고도 필요하고, 문장을 버리는 연습도 필요하다.

 

 이 책은 이처럼, 생각보다 글쓰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준다. 만약 그동안 글쓰기가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면, 한 번쯤 참고해서 글쓰기 훈련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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