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달어스] Handal.us/[한달자유독서] 13기

[Day 23] 문장 교실 - 03

by Aterilio (Jeongmee) 2021. 4. 14.

3장, 누구라도 소설 한 편을 쓸 수 있는 방법

소설을 쓰는 데 필요한 ‘단 한 가지 요소’는?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의 ‘감동 포인트’를 찾아보자
소설을 처음 쓸 때는 자신을 주인공으로
주변 인물은 다섯 명까지
원고지 20장 분량의 아주 짧은 단편부터 시작하자
첫머리는 굉장히 중요하다! 일단 쓰기 시작하고 나중에 고치자
포기하고 싶을 때 끝까지 쓸 수 있게 해 주는 마법의 단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내세우면 소설이 재미있어진다
글을 다 쓰면 반드시 누군가에게 보여 준다


 

 소설 부분을 읽으면서 생각한다. 내게 이야기란 어떤 의미인가, 하고.

 그리고 한 때 글을 쓰려고 했던 그 시기를 떠올렸다.

 


 

 중학교 때 처음으로 '팬픽'을 통해 소설을 접했다. 집에 책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책들이 이야기 책은 아니었기에, 내 기억 속에서는 '팬픽'이 이야기를 접한 가장 최초의 기억이었다. 그 이후 내게는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이미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삶의 의미'에 대해 의문을 가지며 무력감을 느끼던 내게 그것은 유일하게 해방의 수단이 되었다.

 

 그 이후 우연히 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판타지 소설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게 더 넓은 세상이며 더 많은 가능성이었다. 현실 세계에서 평범하게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도 그 안에서는 얼마든지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내가 갈망한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다른 방법으로는 채울 수 없기에 더욱 절실한 대리만족. 비록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지만 이야기를 읽는 동안에는 느낄 수 있던 해방감. 쉽지 않은 다른 모든 것들에 비해, 유일하게 자유롭게 얻을 수 있던 것. 그것이 바로 독서였다. 비록 다 읽은 뒤, 그 대리만족만큼 더 허탈해질지라도.

 

 그러다 어느 순간, 나는 소설이 쓰고 싶어졌다. 다만 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살고 싶었다. 채워져 본 적 없는 자존감이 나의 존재를 위태롭게 할 때, 나는 무언가라도 부여잡아야 했다. 나 대신 누군가라도 조건 없이 사랑을 받고, 존재 그 자체로 유의미하며, 모든 힘겨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나의 손에서 탄생한 존재여야 했다. 아니, 나여야 했다..

 

 그때와는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또 지금의 나는 그 때처럼 위태롭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언젠가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수단이면서, 한편으로는 나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므로.

 

 언젠가는, 내가 그때 끄적이던 그 소설을 무던히 써낼 수 있기를. 과거의 나를 떠올리더라도, 그때의 나를 스스로 토닥여줄 수 있기를. 혹여 과거의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그에게 위로가 되기를. 그리고 그 순간을 이겨낼 수 있는, 아니 버텨낼 수 있는 힘이 되기를.

 

 과거의 나를 드러낸다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이 좋은 기억이 아닐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과거의 나를 언급하는 이유는 하나 뿐이다. 과거의 나와 동일한 상황의 누군가가 혹시라도 내 글을 읽게 된다면, 그 글들이 그대에게 조금이라도 버틸만한 힘을 주었으면 해서.

 과거가 되었더라도 내게는 여전히 쉽지 않은 그때의 일들처럼 지금 당신도 버티기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지나가기는 하더라고. 지나간 뒤에도 '어쨌든 지나왔으니 괜찮아'라고 말하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그래도 그 과거가 마냥 반복되기만 하는 건 아니더라고. 그렇게 버틸 힘이 되었으면 해서.

 

 누구나 힘내라는 말을 할 테니, 나는 다소 무의미한 그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 너는 너로 괜찮아.

 - 너는 지금 그대로도 충분해.

 - 특별히 인정받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특별히 사랑받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너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니까.

 

 과거의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었으니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