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달어스] Handal.us/[한달독서] 21기

[Day 27] 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 살에게 - 07

by Aterilio (Jeongmee) 2022. 7. 2.

 

 

Chapter 4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싶은 서른 살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들
:느려도 좋으니 끝까지 나답게

 

 

 수유칠덕. '물에는 일곱 가지 덕목이 있다' 라는 뜻이다. 노자는 물의 일곱 가지 성질을 인간이 가져야 할 올바른 덕목 일곱 가지라고 이야기한다.
 첫째는 겸손이다. 물은 높은 높은 곳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지 않고 낮은 곳으로 흐른다. 겸손한 사람은 스스로 바다가 되어 주변 사람들이 절로 흘러들게 하는 물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리라.
 둘째는 지혜다. 물은 흐르다가 막히면 돌아간다. 돌아갈 줄 아는 것을 지혜라고 한다.
 셋째는 포용력이다. 물은 무엇이든 다 받아준다. 산촌의 생명수가 되어 주고, 인간의 온갖 나쁜 짓도 다 받아준다.
 넷째는 융통성이다. 물은 스스로의 형태가 없다. 담긴 그릇 모양대로 변화무쌍한 모습이 물이다.
 다섯째는 인내다. 물길을 따라 흐르다가 떨어지는 물은 단단한 바위도 뚫는다. 하루 아침에 뚫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끈기와 인내로 뚫어 낸다.
 여섯째는 용기다. 때로는 절벽 밑으로 폭포가 되어 떨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햇빛에 의해 공중으로 증발해 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물은 몸을 부수는 과정을 마다하지 않는다.
 마지막은 대의다. 물은 그렇게 흘러 바다가 된다.
 우린 너무 많은 정보 속에 살고 있다. '내 생각'을 만들기 위해 생각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물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나만의 인생 철학과 생각이 있어야 껍데기가 아닌 '나'로 살 수 있다.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어요. 되고 싶은 건 뭐든 될 수 있고요. 누가 딸들에게 '걔는 부족해, 약해, 똑똑하지 않아'라고 하면 나는 이렇게 말할 거에요. '지금은 좀 부족해 보일지 몰라도 언젠가는 본인이 충분히 훌륭하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일 겁니다' 라고요."
 나는 물었다.
 "왜 본인의 가치를 남들에게 증명해야 하나요? 그냥 나답개 살면 되잖아요."
 앨런 아저씨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 갔다.
 "세상에는 도덕적인 것과 법적인 것이 있어요. 도덕은 양심적인 것이고, 법은 권리고요. 행복하다, 좋다 하는 느낌을 받는 건 도덕의 영역이지만, 누구나 원하는 걸 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되는 건 중요해요."
 그러면서 딸들과 손녀들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정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그의 말을 듣고 머릿속에 두 가지 생각이 스쳤다.
 우선, 나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행위가 꼭 다른 사람의 인정을 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저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각자의 모습대로 살아가도 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일 수도 있다. 결국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것은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때때로 법적인 것 이상으로 도덕이 더 중요한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법적으로 허용된 것만 맞추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는 소비자에게 절대로 감동을 줄 수 없다.
 ....
 앨런 아저씨는 캘리포니아 산불로 온통 잿더미가 되어 버린 지붕 청소를 해야 한다고 했다. 몇 년 전 심장 마비로 며칠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는데 최근에야 겨우 건강을 되찾았다는 말을 들으니, 짐짓 걱정되어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하지 그러시느냐고 했다.
 그랬더니 이번엔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좋아요!"
 '내가 좋다'라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잇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왜 이 말을 하기가 어려울까 싶다. 틀릴 수도 있고, 잘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자기애는 있어야 한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여야 한다.
 ....
 매일 잠들기 전 오늘 얻은 교훈 세 가지를 기록하는 습관을 가져 보면 어떨까. 3년이면 3000개가 넘는 교훈이 쌓인다. 교훈 3000개를 적어 보는 정성쯤은 들여야 득도의 경지에 오르지 않을까?

 

 열정적인 강연을 들은 나는 존경심이 절로 생겨 어떻게 30년 이상 한 분야를 연구할 수 있었는지, 그런 열정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예상 못 한 답변이 돌아왔다. 30년이 되니 뭔가 조금 알 것 같아 이제부터 제대로 할 수 있을 듯 싶다며, 사람들이 고작 30년도 일을 안 하고 은퇴하는 게 몹시 안타깝다고 했다. 30년 내공을 쌓아야 겨우 깨달음이 생긴단다. 나중에 밴더헤이든 교수님의 이력을 검색해 보니 이렇게 나온다.
 '벤더헤이든 박사는 기술 접근성 분야에서 47년간 활동해 오고 있다.'
 ....
 난 여전히 내 몸 값을 흥정하거나 승진 베팅을 하거나 크게 사업을 벌일 배짱은 없다. 그냥 내 속도에 맞춰, 좋은 사람들과, 내가 하는 일이 재미를 느끼면서, 그렇게 언젠가 고수가 되기를 희망할 뿐이다. 30년이면 겨우 깨달음이 온다고 하니, 앞으로 배울 것도 많고 쌓아야 할 내공도 많고 가야 할 길도 멀다. 42.195 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마라토너에게 페이스 조절은 생명이다. 나는 1등이 목표가 아니라 완주가 목표다.

 

 공감 능력은 리더에게도 필요한 덕목이다. 어쩌면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덕목일지도 모르겠다. 구글에는 직군별 직급에 따라 요구되는 핵심 역량이 있다. 그 중 리더들에게 특별히 요구하는 항목이 있는데, 바로 '인재 확보 및 유지' 역량이다. 구글은 사내 이동이 매우 자유롭다. 각 팀은 경쟁적으로 다른 팀원을 스카우트하고, 상시 운영되는 사내 공모 제도에 자유롭게 지원해서 팀 이동을 한다. 그러니 좋은 인력으로 팀을 꾸리고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리더의 역할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열정을 갖게 하며, 약점을 극복해 내고, 유대 관계를 만들어 내는 중심에 리더의 공감 능력이 있다.

 

 리더의 역할은 사람을 다루는 것이다. 적재적소에 맞는 사람을 배치하고, 서로 맞는 멤버들로 팀을 구성하고, 부딪히는 멤버들은 가능하면 안 부딪히는 일을 맡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람마다 성향이 달라서 리더 기질이 강한 사람이 있고, 보조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 기획을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리를 잘하는 사람이 있다. 혼자 일해야 잘하는 사람이 있고, 그룹으로 일해야 잘하는 사람이 있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모여서 일하는 곳이 회사다.
 ....
 그래서 사람을 잘 아는 일은 리더의 기본 의무다. 그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로봇의 전원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닌, 사람을 다루는 일. 그 일을 잘하라고 리더급은 높은 월급을 받는 것이다.
 ....
 구글은 재택근무를 시작한 2020년 3월 이후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그 중 인상 깊은 게 매니저 교육 프로그램에 변화를 준 일이다. 기존의 전형적인 리더 교육이 아닌, 마음 관리(불안증, 우울감 등)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신설된 것이다. 갑작스러운 변화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 직원들을 안정시킬 방안과 재택근무의 효율적 운영 방식에 대한 교육이 참신했다. 또한 본인이나 가족 케어를 위해 파트타임으로 돌리거나 휴직을 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에 대비해 휴직 기간을 늘리고 관련 제도를 발 빠르게 정비했다. 줄어든 근무 기간에 따른 개인별 목표치를 수정함과 동시에 조정된 기대치에 따라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평가 시스템을 조정한 것도 놀라운 부분 중 하나다.
 좋은 인재를 얻지 못하는 것, 좋은 인재를 놓치는 것, 좋은 인재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은 회사에 큰 손해다. 더 나아가 그런 인재를 키우지 못하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에 큰 손해다. 좋은 인재는 꼭 우리 팀이 아니더라도, 우리 회사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먼저다. 사람을 챙겨야 사람이 성과를 만든다.

 

 우린 너무 쉽게 다른 이를 판단한다. '너 정도면 감사한 줄 알아', '그건 창피한 것도 아니야', '그건 고생 축에도 못 껴' .... 이런 말들. 우주로 나가떨어질 정도로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라면 절대 그치지 않을 듯한 지구인들의 평가질. 하지만 사람마다 타고난 배포가 다르고, 감수성의 농도가 다르고, 상황을 분석할 지력도 다른데, 그 누가 나의 고통을 '그까짓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더 웃긴 건 그러다 결국 못 견디고 너덜너덜한 상태로 나가떨어지면 그제야 '괜찮아....'라며 위로한다. 이 망할 지구인들!
 ....
 공감은 상대방을 이해하는 마음이 아니라, 그저 듣고 고개를 끄덕여 주는 행위에서 끝나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의 잘못된 필터링은 오히려 공감의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해나 공감보다는 그냥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누군가가 아닐까 싶다.
 ....
 누구에게나 자신의 생각을 말할 권리가 있고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권리가 있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숙제를 내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는 며칠 동안의 과정이 영어 점수 조금 잘 받는 일보다 몇 배는 값진 공부라고 믿는다. 사랑하는 나의 딸이 아름답고 단단한 사람으로 크길 응원한다.

 

 누구나 한 번 사는 인생, 내일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인생....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아 내는 그녀의 인생관이 참으로 멋져 보였다. 엔딩 인터뷰 컷이 내내 기억에 남는다. 남수단 취재 중 길을 잃고 헤매다 주민에게 길을 물었더니 수단 아주머니가 이렇게 알려 주었단다.
 "당신이 가는 곳이 다 길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내가 왔기 때문에 이게 길이 됐을 수도 있겠구나.
 앞으로 너무 무서워하지 말고 그 길을 가도 되겠구나.
 그렇게 가 보려고요. 길이든, 길이 아니든.
- 김영미 PD,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중에서

 ....
 앞서 걸은 사람들이 후회했을지도 모를 그 길을, 길이 보인다고 무작정 따라 걷는 일은 하지 말라고 말해 주는 어른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괜찮다. 빨리 걸어도 천천히 걸어도 괜찮다.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이라서 위험한 것이 아니라, 아무도 모르니 다들 겁낼 뿐이다.
 돌아가도 괜찮다. 돌아가며 만난 인생 경험이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쉬어 가도 괜찮다. 앞뒤 보조 맞춰 걸어야 하는 군대 행렬도 아니고, 시간 맞춰 타야 하는 통근 버스도 아니다.
 길이 있어 걷는게 아니라, 내가 걸어 내 인생 길이 된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흘러보자. 수단 아주머니의 길 안내처럼....
 "당신이 가는 곳이 다 길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