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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어스] Handal.us/[한달독서] 21기

[Day 28] 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 살에게 - 08

by Aterilio (Jeongmee) 2022. 7. 3.

 

Chapter 5
영어 포기자이던 나를 살린 공부법
:영어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것을 깨닫기까지

 

 

 "I think there are 3 points."
 '헐! 내가 지금 뭐라고 말한거지? 아니, 세 가지 포인트가 뭐람...'
 이번 면접도 망했다 ㅠㅠ
 그렇게 전화 면접을 마무리 하고 풀이 죽은 상태로 대학원 지도 교수를 만났다. 내 인터뷰 이야기를 듣던 지도 교수는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정말 잘했어! 세 가지 요점이 뭔지는 중요하지 않아.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게 중요하지."
 그렇다. 어떤 것을 갖다 붙였어도 대략 말이 됐을 거다. 내가 요점을 잡아서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나는 합격 통보를 받았고, 미국에서 제 2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때의 경험이 계기가 되었을까? 나는 말을 할 때나 들을 때 노트에 요점을 적는 게 습관이 되었다. 놀랍게도 대부분이 세 가지로 요약된다. 회의에서 막힌다면? 일단 이렇게 말하고 보자.
 "세 가지 요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주눅 들고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부각시키고 내가 가진 것을 하찮게 만들어 버리는 실수를 종종 한다.
 하지만 내가 가진 보석들을 돌멩이로 치부할 이유는 없다. 내가 가진 매력을 인지하고 충분히 내 것으로 즐길 때, 그 때 비로소 내가 빛난다. 내가 아닌 것으로 감싸고 숨기고 치장하면 할수록 진짜는 사라지고 가짜만 남는다. 사람들은 가짜를 금방 알아차린다. 내가 가진 보석이 빛을 내지 않으면, 사람들은 본인들이 가진 잣대로 값을 매긴다.
 내 보석 값은 내가 매긴다.

 

 영화 <미나리>로 전 세계 영화제의 상을 휩쓴 윤여정 배우의 인터뷰를 보라. 영어로 말하든 한국어로 말하든 50여 년의 내공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중요한 건 본연의 콘텐츠다. 그 콘텐츠가 가진 힘, 특별함, 그리고 매력이 청중의 귀와 마음을 열게 한다.

 

 [ 영어 울렁증을 극복하게 해 준 특별한 공부법 ]

 나는 앞으로 꽤 오랫동안 미국에서 경제 활동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영어 문제는 피해 갈 수 없는 부분이고,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도망이나 회피나 좌절이 아닌, 노력과 공부라는 깨달음이었다.
 그런 깨달음이 왔을 때 나는 바로 온라인 북클럽에 가입했다. 6명이 그룹을 만들어 영어 원서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1시간씩 낭독하는 모임이었다.
 처음엔 뭐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시작한 일인데, 되돌아보니 생각지도 못한 효과를 얻고 있다. 나의 경험담이 혹여 어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하여 나누려고 한다.

 - 영어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치유
: 매일 1시간씩 영어 공부에 투자하면서 영어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자책, 그로 인해 쌓이는 '난 안 될거야'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없어졌다. 영어보다 정작 나를 더 좀먹고 있던 자학적 생각이 확연히 줄었다. 스스로에게 느끼는 뿌듯함과 긍정의 힘은 보너스다. 운동을 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운동으로 신체가 건강해지는 효과 외에 운동하는 자신에 대한 뿌듯함이 정신을 건강하게 해 주는 것과 비슷한 듯 싶다.

 - 영어 울렁증 극복
: 사람들 앞에서 원서를 낭독하는 것에 대한 심적 거부감과 압박감이 컸다. 그런데 온라인 북클럽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도 아니고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멤버들이라 틀려도 된다고 생각하니 훨씬 낭독이 편하다.

 - 영어 편식 극복
: 북클럽에 가입한 후 다양한 주제와 장르의 책을 접하면서 새로운 어휘와 표현을 골고루 익히게 되었다. 건강을 위해 식이 요법과 체질 개선이 중요하듯이 언어 역시 그 배경인 문화와 역사를 알아 가면서 배워야 진짜 내 언어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영어 근육 만들기
: 낭독을 해 보니 내가 아는 단어와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요리법을 아는 것과 요리를 할 줄 아는 게 다르듯이 말이다. 특히 explicit(분명한), implicit(암시된), exacerbate(악화시키다) 등은 발음하는 데 한국말을 할 때는 잘 안 쓰는 얼굴 근육, 입 근육, 혀 근육이 필요한 단어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는 아는 단어인데도 일부러 쓰길 피하거나 그냥 얼버무리며 대충 말하곤 했다. 그러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상대방의 반응은 '뭐라고요? (Excuse me?)' 였다.
 북클럽 낭독은 부담 없이 연습할 수 있어서 좋다. 발음이 어려운 단어들은 끝나고 한 번 더 연습하고, 최대한 얼버무리지 않고 정확하게 발음하려고 노력한다. 덕분에 이런 단어를 쓰게 되는 상황이 오면 좀 더 자신감 있게 대처한다.

 - 낭독의 힘
: 책 낭독을 하면서 시제, 관사, 전치사, 어휘 등을 하나하나 정성껏 소리 내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냥 이런 경우는 on 이 오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the 를 쓰는 게 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낭독은 문맥과 흐름을 천천히 따라가면서 충분히 느끼고, 소리가 내 머릿속으로 다시 들어가면서 각인되는 효과가 있는 듯 하다.

 - 그룹이 주는 동기 부여
:  북클럽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여러 명이 함께 하고, 시간이 지나 친밀감이 생기면서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동기 부여가 된다*. 영어는 방법의 문제라기보다는 얼마나 꾸준히 하느냐에 달렸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본인에게 맞는, 지치지 않고 꾸준히, 그러면서 즐겁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습관화하자.

* comment.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에 한달어스를 한다!! :)

 

 [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영어 공부 습관 ]

 - 목표 : 하루에 2개씩만 (쉬운 목표)
 - 유의어와 파생어 공부
 - 유래나 어원 찾기
 - 이미지 검색
 - 뉴스 검색 (맥락 및 쓰임새 파악)
 - 수다와 스토리
 - 활용
 - 발음 연습 (google : to pronounce)

 

 사람들은 종종 영어만 잘하면 모든 일이 잘되리라 생각한다. 혹은 '나의 문제는 영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나도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영어 이전에 근본적인 부분을 돌아봐야 한다. 첫째, 나만의 콘텐츠, 나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 둘째, 영어 때문에 떨어진 자신감으로 쭈뼛거리며 내가 가진 것을 가리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면 그 다음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프레젠테이션은 영어가 모국인 사람들도 어려워하는 영역이다. 발표는 한국말로 해도 어렵듯이 말이다.

 

 영어는 코딩이나 기술이 아닌 언어다. 언어에는 역사와 문화와 사회가 담겨 있다. 이런 사회적, 문화적 요소는 단순 암기나 단기간의 노력으로 체화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내가 영어를 (네이티브처럼) 못하는 건 외국인으로서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대신 나는 고급 한국어도 할 줄 알고, 영어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나는 두 문화와 사회를 모두 접하고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여러 언어를 접하면서 얻게 되는 융합적 사고력이다. 우리는 종종 부족한 영어 실력을 한탄하고 불안해한다. 하지만 한 가지 언어만 사용하는 환경에서 성장하고 한 가지 언어만 사용하는 사람과 달리, 여러 언어를 조금이라도 배우고 사용해 본 사람은 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에서는 미국에서만 자라고 영어밖에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이 사람들의 세계관이 협소하고 제한되어 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다. 이제는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언어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과 콘텐츠가 어느 한 문화권에 국한된 것들보다 훨씬 더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엄청난 융합의 힘, 그것이 얼마나 놀랍고 경쟁력 있는 상품인지 자각해야 한다. 내가 가진 것은 별게 아닌 게 아니라, 별 것이다.
 내가 가진 새로운 시각과 이해력으로 내 두뇌가 매일 해내는 '문화 융합 작업'을 칭찬해 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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