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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어스] Handal.us/[한달독서] 11기

[Day 8] 자존감 수업 - 07

by Aterilio (Jeongmee) 2020. 12. 23.

 자존감의 3대 기본 축은 자기 효능감, 자기 조절감, 자기 안전감 이다.

 

 앞서, 나는 이 3대 기본 축 모두를 낮게 체감하고 있어 결론적으로 자존감이 낮다고 판단했다. 느끼기에, 내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 혹은 가장 치명적인 것은 '자기 효능감' 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안전감은 정신적인 문제보다 조금 더 현실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고, 자기 조절감은 다소 불만족스러울지언정 자존감과 직결되지는 않는 것 같아서.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인가.

 그게 가장 치명적인 논제다.

 

 책에서도 말하듯, 자존감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이 사회에 필요한 존재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가정이라는 작은 사회, 직장이라는 사회, 나아가 국가, 혹은 세계라는 사회 등등. 그 모든 곳에서 우리는 자신의 쓸모를 고민하고, 그 쓸모가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괴로워 한다.

 

 또한 우리의 정체성은 하나가 아니다. 동의한다. 누군가의 자식, 누군가의 친구, 어디 소속의 직장인, 어디 사는 거주자, 어떤 커뮤니티의 참여자. 그리고 그 모든 정체성마다 각자가 가장 중요한 사람은 아니다. 높은 지분(?)의 사람이 있다면 낮은 지분의 사람도 있기 마련. 내가 사는 곳의 '이름 모를 거주자1' 이라고 해서, '누군가의 친구'라는 포지션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듯이.

 

 다만, 우리가 그 모든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아니듯이, 그 모든 사회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의미인 것은 아니다. 지역구, 국가, 세계의 범주에서 우리는 각자가 큰 의미가 아니라고 해서 자신이 쓸모없다고 여기지 않는다. 반면 직원으로써는, 친구로써는, 자식으로써는 자신이 가치있기를 바란다. 또한 그 모든 것은 별개의 의미이기에, 설령 직원으로써 가치있지 않다고 느낀다고 해서 친구로써의 가치까지 낮은 것은 아니므로, 하나의 정체성에서 느끼는 낮은 효능감을 전체로 확대할 필요는 없다. 그것 또한 동의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직무적 효능감에 매달리는가?

 

 음. 마치 애정 같은 느낌이다. 내가 마음을 할애하는 것 만큼, 상대에게서 돌아오기를 바라는 것.

 자식으로써, 친구로써. 그 부분은 포기했거나, 만족하거나. 따라서 더이상 추가적인 기대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인으로써의 나는 어떤가. 조금 더 인정받고 싶고, 더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번아웃때문에 의욕 상실인 상태라고 해야할지. 그런데 다르게 얘기하면, 나는 직무적 효능감이 채워지면 자존감을 올릴 수 있을까? 애초에, 직무적 효능감이라는게 만족시킬 수 있기는 한 걸까?

 

 한 번은 너무 답답하여, 직무 쪽 커뮤니티에서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날 보고 실력이 있다 평하시기에, 어떤 면에서 장점이 있을까요, 하고 진지하게. 그래서 답변도 진지하게 해주셨다. 믿을만한 분들이고, 명백히 더 경력이 많고 실력이 좋은 분들이었음에도, 그리고 매우 구체적인 얘기를 해 주셨음에도.

 왜 수긍이 가지 않았을까. 왜 아직도 불안하다고 생각했을까.

 

 문득, 직장을 구하지 못해 공장까지 갔던 과거가 생각났다. 그 전 직장을 그만두고, 한 달 정도 쉰 후 새 직장을 구하겠다며 이력서를 넣던 시기. 사고가 있어 발목을 크게 다쳤다. 그 때문에 한 달 여간을 입원했어야 했고, 그 후로도 완전히 회복은 안 된 그런 상태였다.

 구직 활동을 했으나 받은 연락은 없고, 입원에 공백기는 점점 길어지고. 퇴원 이후에도 이력서를 넣어봤으나 딱히 연락받지 못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내 초기 커리어는 정말이지 엉망이라... 경력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했으니까. 불안감이 싹텄다. 생활비는 필요한데 직장은 구해지지 않고, 입원까지 해서 병원비도 필요한데 이전 직장에서는 마지막 급여를 아직도 완전히 지급을 못 하고. 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 그런 상황이 지속되었다.

 이전에 게임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많이 깎였던 자존감은, 그걸로 정점을 찍었다고 봐도 좋았다. 직장 생활을 하며 다소 회복했다고 생각했던 그것은, 깜깜한 현실 앞에 사실상 의미가 없었다. 업무를 못 하는 축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구직하기엔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게다가 직장을 금방 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에 급한대로 카드론을 썼었는데 공백기가 길어지자 갚을수가 없었다. 당장 돈이 급했고, 그런 경우 급하게 큰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당시엔 공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장으로 향했다.

 다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거리도 멀었다. 급한대로 구했기 때문에 따질 여유가 없었고, 기숙사 생활비에 친구랑 살던 원래 집의 월세, 기본 생활비. 게다가 거의 없는 잔업 양까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큰 도움은 못 됐지만, 당장에 필요한 돈만 처리할 수 있었던 그 일은, 후가공 업무로 손목에 통증이 생기자 본업마저 못하게 될까 두려워 결국 그만두었다.

 

 생각해보면, 그 과거가 아직도 내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았다. 누구에게도 필요해지지 않았던 경험. 더 잘해야 하는데 못하는 것 같은 자괴감.

어쩌면, 거기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었을까.

 

 

 

자존감 수업
국내도서
저자 : 윤홍균
출판 : 심플라이프 201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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