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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어스] Handal.us/[한달자유독서] 13기

[Day 28] 최강의 일머리 - 02

by Aterilio (Jeongmee) 2021. 4. 19.

 

PART 1. 최소한의 일머리 : 자신감을 드러내라. (~07)

 

 자신감이라는 건 참 어렵다. 특히 한국인들에게는 더욱 더 그런 느낌이다. 미국은 겸손하면 오히려 능력이 없는 것으로 본다는데, 한국은 겸손하지 않으면 예의가 없는 것으로 본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감을 가지는' 부분에 대한 연습이 부족한 것 같다. 어디까지가 자신감이고 어디부터는 자만심인지도 구분이 어렵고, 스스로의 어떤 점에서 자신감을 가져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최소한의 일머리.

 그 말은 즉 최소한 이것도 갖추지 않는다면 다른 무엇을 채워도 소용 없다는 말과 같다. 즉, 아무리 일을 잘하고 사람이 좋아도 자신감이 없다면 실제로 다른 사람에게 능력있는 사람으로 비쳐지지 않는다는 말과도 동일하다.

 

 내가 '어떻게 하면 능력을 잘 드러낼 수 있는가' 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할 때는 바로 이력서 및 경력기술서를 쓸 때 였는데, 이력서의 '나를 표현하는 간단한 문구' 라던가, 업무 수행 과정에 있어서 '나의 기여'를 서술해야 할 때 나는 가장 큰 어려움을 느꼈다.

 분명히 바빴고 일을 잘 해왔는데도 왜 막상 표현하려고 하면 '딱히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나만의 장점이 있기에 나도 일을 해내고 있는 걸 텐데, 왜 막상 정리하려고 하면 그 어떤 예시도 떠오르지 않는 걸까?

 

 아마도 비슷한 이유로, '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설명하라' 부분에서 나는 또 다시 텅 빈 머리를 경험해야 했다.

 

 나는 자연스레 그녀에게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물었다. 그녀는 미소를 띠며 이렇게 대답했다.
 "아, 저는 그냥 안내데스크에 있어요."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나는 그녀의 어깨를 흔들어 일깨워주고 싶었다. 왜 그런 식으로 자신을 비하하는 걸까.
 '그냥?'
 그녀는 정말 자신이 하찮은 직업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 회사에 방문하는 사람들을 처음 맞이하는 사람이 본인이라는 걸 모르는 걸까? 이 직원은 분명히 나에게 보여줬던 그 특유의 친절함을 무기로 채용되었을 텐데, 그토록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으면서 하찮다고 생각하다니!
 "그냥 안내데스크라니! 당신은 '안내를 책임지고 있는' 직원이잖아요."
 나는 다정한 미소와 함께 그녀를 꾸짖었다. 그랬더니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나를 좀 이상한 사람이라는 듯 쳐다 보았다.

 

... 예를 들어 '판매 담당자'라는 틀에 박힌 대답 대신 이렇게 말해보는 것이다. "저는 공급업체와 우리 회사 담당자를 연결해주고, 구매 품목들을 선별 및 조절할 뿐만 아니라, 회사 윗선을 모시고 회의를 진행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꽤 흥미롭게 보이지 않은가!
 '영업부 대리'라는 말 대신에 "물품 판매 계획을 세우고 팀별 할당량을 설정하기도 하고, 영업팀의 자료를 분석하는 일도 합니다." 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출장 전문 코디네이터'라는 말에 덧붙여 "국내외 출장 시 이동수단뿐만 아니라 숙박 문제도 해결해 드리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어떠할까.
 명심하라. 당신의 직업이 무엇이든 막힘없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열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꽤 흥미로운 표현 법이라 생각하면서도, 내가 하는 일을 어떻게 열정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좀 처럼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그동안 '어떤 일을 하세요?' 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보통 '아, 저는 개발자에요' 라는 식으로 대답했던 것 같다. 조금도 특별할 것이 없고 나를 특정하지도 못할 그런 문구. 간혹 '개발자'라는 표현이 생소한 사람에게는 '컴퓨터 프로그램 만드는 사람이요.' 라고 첨언했던 것 정도가 전부였다.

 거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자면, 최근에 이력서를 정리해보면서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내길 좋아하는' 개발자라는 표현을 쥐어짜낸 정도가 그나마 최선이었다.

 

 나는 나를 어떻게 더 구체적으로, 또 열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할 거리가 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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