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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어스] Handal.us/[7일독서] 팀장 리더십 수업

[Day 03] 팀장 리더십 수업 - 03

by Aterilio (Jeongmee) 2021. 4. 29.

 

Chapter 3. 팀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팀장은 혼자만 일 잘하는 팀장이다 _권한위임

 

 사실 chap3 을 다 읽고 나서도 '권한 위임' 이라는 단어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어째서 권한을 위임하면 권한이 확장된다고 보는 걸까? 권한을 위임한다고 해서 리더가 지어야 할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 제로섬이 아니라는 것은 이해가 된다. 리더는 리더 나름대로 책임질 부분이 있고, 권한을 위임받은 팀원 역시 위임 받은 부분에 대해 책임질 부분이 있을테니까.

 

 첫 문단을 써놓고 책을 몇 번이나 다시 읽어본다. 무엇을 확장이라 보는 걸까. 그런데 문득 그런 깨달음이 왔다. 리더가 리더로써의 권한을 가지면서도 팀원에게 권한이 위임된다면, 그래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권한을 위임받은 팀원은 위임 받은 부분에 대한 책임이 있고 리더는 그 권한 위임에 대한 책임이 있다면. 이 모든 게 제로섬이 아니라 포지티브 섬이라면. 이미 그것만으로도 확장이지 않은가? 위임 이전에 비해 권한과 책임의 합은 더 커졌기 때문에.

 


 

 이번 챕터는 읽는 내내 묘한 기분이 계속 들어서 '대체 이게 무슨 느낌이지?' 하는 고민을 하면서 봐야 했다. 덕분에 집중이 잘 안되서 같은 구절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기도 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 묘함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이거, 일부는 이미 경험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데 왜 긍정적인 기억이 없는 거지?

 

 묘함의 정체는 바로 그것이었다. 기시감.

 

 내 상사는 종종 회사의 정보를 공유하고, 직원이 담당 제품에 대해 주인 의식을 가지기를 원하며, 각자가 주도적으로 일을 해쳐나가길 바란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바로 '일을 잘 맡기기 위해 팀장이 해야 할 일 3가지' 부분에 나오는 이야기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위의 3가지 일을 해야한다고 하는데, 왜 나는 그 3가지를 경험하고도 긍정적인 경험이 없을까?

 

 첫째로, 회사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좋지만 그 정보가 팀원에게 유의미해야 힌다. 회사가 성장하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 혹은 회사가 성장하기 위한 비전. 그를 위해 함께 해낼 수 있는 목표나 방향, 또는 개인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 그런 것들을 연상할 수 없는 정보라면 사실상 공유는 아무 의미가 없다. 예를 들자면 '해외 법인 중 어떤 곳은 곧 사업을 접기로 했다'는 사실이 관련이 전혀 없는 직원에게 어떤 감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해당 나라에 자사 제품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인사이트를 제외하고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 마케팅이 제대로 되었는지,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했는지 구체적인 사실을 모르니 더 그렇겠지만, 안다고 해도 관련 부서가 아니라면 그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따라서 '정보를 공유하라'라는 소제목에서 방점은 '정보'가 아니라 '자신의 노력이 조직 안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 자신의 행동이 회사나 팀 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부분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주제의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어떤 팀이, 어떤 팀원이 한 행동으로 인해 회사가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혹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번에 어떤 고객사에 납품을 하는데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이고, 그를 위해 어떤 것을 대비해야 한다. 그런 정보들 말이다.

 반면 내가 공유받은 정보는 내가 처한 상황과 그다지 관련이 없었기 때문에 그다지 감흥이 없었던 것이다.

 

 둘째로, 관할영역을 부여하는 것이 '권한 위임' 인지 '책임 전가' 인지 헷갈리면 안 된다.

 이번 챕터는 안 좋은 의미로 가장 먼저 눈에 걸리는 문장이 있었다. 바로 '책임감을 키워주려면 책임을 지우게 해야한다는 오래된 격언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부분이었다. 이 부분을 읽고 나는 의문이 들었다. 다른 그 어떤 환경도 주어지지 않고 그저 관할 영역(책임질 부분)만을 부여하는 것을 과연 '권한 위임'이라고 볼 수 있는가?

 만약 관할 영역을 부여하는 것이 제대로 된 권한 위임이라면, 팀원은 책임감을 가지고 좋은 성과를 내려고 노력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 착오를 크게 두려워 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완전히 자율적이지 못한 상태에서의 '관할 영역 부여'는 어떨까? 팀원은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책임감으로부터의 중압감과 시행 착오로부터의 부정적 평가를 두려워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사의 사정으로' 2주 안에 결과물을 제공해야 한다고 치자. 담당자는 '일정한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그 일정으로는 불가능하다' 고 이야기 했다. 그런데 회사는 고객사의 사정에 맞춰야만 한다고 답한다. 어떤 특수한 상황(보안취약점 조치 등)이라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이것이 어떤 특수한 상황 때문이 아니라 매번 발생하는 일이라면? 결과물의 품질이 좋지 않았다고 해서 누구를 탓할 수 있을 것인가? 예상되는 결과를 분명히 설명했음에도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던 담당자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리더가 나섰다면 충분히 조율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에도 '네 영역이니까 알아서 잘 해봐' 하고 한 발 물러서 있는 것은 그저 책임 전가일 뿐이다.

 따라서 관할 영역으로 자율성을 창조하고 그로 인한 성과를 원한다면, 그만한 상황을 먼저 만들어 주거나 시행 착오가 있더라도 도전해 가며 더 나은 방향을 찾을 수 있는 심리적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회사는 직원에게 오너십이 있기를 바란다. 주인 의식을 가지고 소위 '장인'처럼 지속적으로 개선된 결과물을 만들기를 바란다. 하지만 딱 그것 뿐이다. 개선된 결과물을 원한다고 해서 권한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도전을 위한 시간이나 인력을 마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무언가를 해보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걸 디딤돌 삼아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먼저 운운한다.

 최근 면담에서 나는 다른 직원의 실수에 회사가 책임을 묻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그런데 리더는 '이 정도면 아주 양호한 것이다. 시말서도, 손해배상도 요구하지 않았지 않느냐' 는 논조로 이야기를 하셨다. 그 말씀은 분명 맞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회사가 책임을 묻는) 그런 부분 때문에 직원들이 섣불리 무언가를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이야기 했었다. 물론 실제 상황에 따른 근거나 예시를 대지 못 했다. 왜인지 깊게 생각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깨달았다. 주인 의식을 가지기에는 '책임을 진다'라는 리스크가 너무 커 보이기 때문이었다.

 직원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회사는 그냥 넘어가야 하느냐면 그건 '그렇다'고 대답하긴 어렵지만, 직원들이 실수를 지나치게 두려워 하는 것도 정상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하면 사람은 도전을 하지 않게 되고, 도전을 하지 않으면 조직은 성장하지 않으며, 성장하지 않는 조직은 결국 도태된다. 그래서 리더라면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임을 다 하면서도 도전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한다.

 

 셋째로, 자기주도적인 태도와 탁월한 전문성을 바라기 전에 리더부터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제대로 된 매니징을 하지 않으면서 팀원들은 탁월한 전문성을 가지고 자기주도적이길 바란다면 그것은 기만에 가깝다. 결정할 수 있는 선택지가 한정되어 있고 회사가 원하는 방향도 알 수 없는데 능동적으로 일하라는 것은 모순이다.

 조직으로써, 팀으로써, 개인으로써 어떤 부분에 기여하고 어떻게 성장했으면 좋겠는지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고, 그로 인해 회사가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지, 팀원이 어떤 관할 영역에서 어떤 자율성을 가지고 업무에 임할 수 있는지 공유받은 후에야 팀원은 자기 주도적인 태도로 목표 달성을 위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앞서 두 가지가 만족되지 않으면 마지막 한 가지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나 또한 주도적으로 일을 헤쳐나가기엔 앞서 언급된 환경들이 발목을 잡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최근 나는 리더에게 명확한 디렉션을 요청한 상태다. 지내다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을 차곡 차곡 쌓아두지 말고 바로 피드백을 주어 교정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도 했다. 그래서 나는 몇 가지 디렉션을 받았고, 우선은 그것을 목표로 삼아 어떤 식으로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여전히 자율성이나 심리적 안전이 보장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에 대한 방향은 언질을 받았으니 무턱대고 헤메는 꼴만은 아니리라 믿으면서.

 

 여담으로, '가장 나쁜 상사는 업무 배분을 못하는 상사' 라는 소제목에서 언급된 최악의 상사 1위, '업무 배분을 제대로 못하는 상사'에 대해서는 짧게 덧붙이고 싶다.

 조직 내에서 어느 특정한 인원에게만 업무가 과중되는 것은 업무 분배가 잘 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제대로 된 성과를 기대하기 전에 제대로 된 업무 분배가 필요하다. 특정한 이벤트로 인한 업무 과중이라면 TF 팀을 조직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제대로 된 업무 분배가 이루어진 이후에야 성과에 대한 평가가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쓰고 보니 내가 쓴 내용이 마치 책의 내용에 반박하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책의 내용에 부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리더가 아니라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책의 내용과 더불어서 기억해두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쓰게 되었다. 미래의 내가 리더의 역할을 맡게 되었을 때 다시 들여다 볼 수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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