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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어스] Handal.us/[한달독서] 20기

[Day 25] 요즘 관심 있게 하고 있는 자기 계발은 무엇인가요?

by Aterilio (Jeongmee) 2022. 5. 12.

 

 내 인생 중에서 가장 뜻 깊게 보낸 시간을 묻는다면, 나는 단언컨데 올해 초 다녀온 미국 여행을 꼽고 싶다.

 

 당시의 나는 뭔가가 잘못되어 있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를 정도로 심신이 지쳐 있었고 어떻게든 그 상황을 벗어나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래서 사실 무모하게도 '한달 살기'를 하겠다는 마음 비슷한 생각으로 그 먼 미국행을 결정했다. 가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뭘 보고 싶은지도 별로 고민해보지 못한 채 그저 미국에 친구가 살고 있다는 이유로 선택한 길이었다. 만약 내 친구와 그녀의 친구가 아니었더라면 그닥 '여행 준비'를 하지 못한 나는 다양한 여행을 경험하지도 못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을 로드 트립, 그 여행이 인상 깊은 가장 큰 이유는, 도로 위에서 머물던 수 많은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나에게 많은 것을 물어봐주던 나의 친구들의 도움이 아주 컸다.

 


 

 원래 나는 자기계발에 관심이 참 많았다. 내가 과거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현재 어떤 모습인지도 모르면서, 또 내가 어떻게 바뀌기를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그저 막연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항상 나는 '지금'을 살아가는 내 모습이 만족스럽지 못 했다는 뜻도 된다. 하지만 그런 자각은 없었다. 그저 당연스럽게, 어디로 가야할지는 모르지만 어딘가로 나아가기는 해야한다는, 강박과도 비슷하게 책을 사 모으고 강연이나 세미나를 종종 참석했을 뿐이었다.

 당연하게도 나는 바뀌지 않았다. 책을 사거나 어딘가에 참석한다면 그 뿐, 그 이후로 이어지는 행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책을 샀을 때는 읽기 전에도 마치 이미 다 읽은 것처럼 뿌듯해 했고, 강연이나 세미나에서 인사이트는 얻었지만 실천은 하지 못 했다. 그러면서도 바뀌지 않는 자신을 답답해 하기만 했다.

 

 나는 그동안 내가 어딘가 남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은 했다. 사고의 어딘가가 뒤틀린 사람처럼 남들과는 상식의 범주도 다르고, 내게 당연한 것이 다른 사람들에겐 당연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당연한 것이 내게 당연하지 않은 것이 반복되면서 그저 힘겹다는 생각만 했다. 왜 나는 남들과는 다른 것인지, 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없는 것인지 그저 짐작되는 과거를 향해 원망만 퍼부을 뿐이었다.

 

물어보진 않았지만, 네가 말해주니 어쨌거나 (네가 왜 그랬는지) 알겠어.
그런데 그게 끝이야?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친구가 해주었을 때, 나는 처음에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 했다. 내가 남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은 나에게 항상 고통스러웠지만 필요한 일이었다. 나의 말과 행동이 내가 의도한 바와 다르게 전해지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친구는 다른 관점의 말을 했다. 내 행동에 어떤 이유가 있을 수는 있고, 그걸 설명할수도 있겠지만, 그건 과거의 일일 뿐이고 지금의 난 얼마든지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는데도 그저 변명만 하고 있을 거냐고.

 순간 망치로 머리를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여태 미처 생각도 못 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이미 흘러간 과거를 고칠 수는 없지만, 내가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다!

 

 나는 반쯤 농담으로, 누군가 내게 미국에 잘 다녀왔냐고 물으면 잘 다녀왔다고 하면서 덧붙이고는 한다.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기도 했다고. 나의 행동과 나의 생각에 대해, 그리고 나에 대해 친구들이 자꾸 물어봐준 덕에, 나는 아마 다른 사람들은 이미 경험했을, '나'에 대한 탐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친구들은 내게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자꾸 물어봐 주었다. 질문을 들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였던 것 같다.

 

 너는 무슨 음식을 좋아해? 뭘 보고 싶어? 궁금한 건 없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이 이야기를 꺼낸 것 같았어?

 글쎄, 다 잘 먹어. 글쎄, 딱히 구체적으로 뭘 보고 싶은 건 없는 것 같은데? 음... 별로 궁금한 건 없는 것 같아. 어...글쎄? ~한 걸 얘기하려던거 아니었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흐리멍텅 했다. 글쎄. 딱히. 별로. 내 대답 중 딱 부러진 대답은 거의 없었다. 나는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깊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고, 남들에게 뭘 궁금하다고 생각한 적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그게 이상하다는 생각조차도 못하고 있었다.

 

네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그 사람에게 궁금한게 자꾸 자꾸 생기지 않아?
뭘 하는지 궁금하고, 무슨 생각하는지 궁금하고.

 

 그 이야기를 듣고서야, '그렇네..?' 하고 생각했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왜' 그랬을지 되풀이 되는 질문과 답변 속에서 뭔가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을 본 것 같았다.

 

 그렇게, 나에게 자기계발은 이제 "자기 탐구 생활"과 동일한 의미가 되었다.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탐구 생활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내가 하는 행동의 이유, 나의 장점, 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뒤틀려 있는 것 같은 나의 자아,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 그런 것들에 대해 점점 더 알고 싶어졌다. 그리고 더 나아지고 싶어졌다. 과거의 나는 그저 과거를 원망하기만 했고, 현재의 나는 이렇게 고군분투 하고 있는데, 미래의 나는 나에 대한 확신을 가지는 상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의 내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천하의 쓸모 없는 사람은 아니다. 적어도, 그 정도의 자기 긍정은 할 수 있게 되었다.

 

 뭔가를 하고 싶지만 행동을 하지 않는 내게 의욕이 부족한가 싶어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책을 읽고 공부하며, 내 소비 패턴이 엉망인 것이 나의 과거 어느 지점으로부터 연결되는 것인지를 찾기 위해 돈과 감정의 관계를 알기 위한 책을 읽고 실천하고, 체력이 약하면 의지력이 약할 수 밖에 없다고 하기에 내 체력이 문제인 것 같아 등산 소모임에 들었다. 아, 물론 그 모든 것에 앞서 더이상 나태해지지 않고 책을 읽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한달 독서를 신청했다.

 

 나는 여전히 나를 잘 모르고, 나와의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도 잘 모른다. 나의 강점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으며, 그걸 어떻게 나의 무기로 삼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내가 무슨 음식을 유달리 좋아하는지 단언할 수 없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꾸 질문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많이 모자라며, 남들의 의도를 정확히 모르는데도 묻지 않고 나 혼자 생각하고 납득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미국에 가서 진짜 책임감 있는 행동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었으며, 닮고 싶은 친구를 만났고, 미국에 다녀오기 전보다 나에 대해 더 궁금한 것이 많아졌다.

 

 그래서 생각한다.

 

 미국의 가기 전보다, 지금의 내가 확실히 더 나아졌다고. 미국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친구들의 도움으로 다양한 여행도 경험하며, 수 없이 제시된 '왜'에 대답하던 나는 그 경험들이 없었다면 지금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그리고 조금 더 나아진 내가 되어, 조금 더 단단해진 내가 되어, 멀지 않은 훗날 친구들을 다시 만나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내가 이렇게 성장한 것은 다 너희 덕이야.

 

 

 하고 얘기해 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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